韓美ICT정책포럼 '韓 법률 개정' 두고 충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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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문제 삼아
美, 자국기업 겨냥한 과도한 규제
대리인제, FTA 위배 주장할 듯
제도개선 공식 비판시 파장 커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부가 서비스 안정화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과 글로벌 기업의 국내 대리인 제도에 대한 공식 비판 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 의무를 규정한 제도 개선에 대해 미국 정부의 개입 여지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는 오는 9일(현지시간) 개최되는 '한·미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포럼'을 앞두고 미국 상공회의소와 정보기술산업협회로부터 협의 의제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한·미 ICT 정책 포럼은 우리나라와 미국 간 ICT 정책과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며, 양국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 관계자가 참여한다. 올해 회의에서는 우리나라 법령 개정과 관련해 양국 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본지가 정부와 미국계 기업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미국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자국 사업자를 겨냥한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 개정(안)은 국내에서 사업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가 서비스 안정 제공을 위해 서버 용량 증설과 접속 경로 안정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의무가 자국 기업에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재정적·기술적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민간 의견을 접수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개인정보보호 대리인을 두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미FTA는 상대국에 고정사업장을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국내 대리인이 고정사업장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은 한국 공공 조달 시장에 미국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업은 '한국판 뉴딜'과 행정안전부 주도 'G클라우드' 사업이 한국 기업 중심이라는 비판을 자국 정부에 전달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민간 의견을 ICT 정책 포럼에서 의제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계 기업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국의 법률·시행령 개정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면서 “미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규제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이 우리나라 제도 개선 사항에 대한 입장을 공식 전달할 경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ICT 정책 포럼은 양국 간 산업 진흥 의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로, 정책 결정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다. 실제 올해 회의에서도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등 의제가 핵심 논의 주제다.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경우 양국 간 정책 교류와 산업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국외 사업자 모두가 적용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국내대리인 제도 역시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주요 국가가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용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규제다. 한국판 뉴딜 역시 코로나19 위기 속에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취하는 경제활성화 정책 일환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과기정통부 주요 관계자를 만나, 사전 논의 의제를 확정하기 위해 조율 중이다.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6일 “포럼에 앞서 미국 측과 접촉한 것은 맞다”면서 “양국 간에 자세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정희권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 미국 측에서 스티븐 앤더슨 국무부 국제통신정보정책 부차관보 대행이 각각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