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화관법 5년]전체 사고 줄었지만…최근 부주의 사고 급증

정부, 취약 사업장 컨설팅·교육 강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연도별 화학사고 발생 현황

2012년 9월 27일 경상북도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화학업체에서 불산이 누출되면서 사상자 23명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공장 일대 주민은 유독가스 누출로 고통을 호소했고 가축 3943마리를 비롯해 식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이를 계기로 화학사고에 대한 안전의식이 부각되면서 화학물질 관리를 체계화하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평가등록에관한법률(화평법)'이 이듬해인 2013년 제정돼 2015년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변화상을 짚어보고 코로나19로 인해 정기검사가 유예된 상황에서 현황을 살펴봤다.

화학사고는 국민안전에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환경 오염사고로 연결될 수 있어 주기적인 안전진단과 작업자 대상 교육이 필수적이다. 화관법은 유독물질, 허가제한 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 등을 유해화학물질로 규정 관리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화학물질을 취급할 때 신고하고 사고에 대비해 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의무를 갖는다. 1만7000여개 업체가 대상이다.

◇법 시행 후 사고 줄었지만…올해 부주의 사고 늘어

화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흐른 후 화학사고로 인한 피해는 줄고 있다.

화관법이 시행된 2015년 한 해 113건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8명이 사망하고 121명이 부상 당했다. 시설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고가 57건으로 가장 많았다.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35건이 발생했다. 1월 울산항 부두에서 작업중 황산과 질산 선적 작업중 폭발사고가 일어나 4명이 다쳤다. 전라남도 영광에선 규산나트륨 제조공정 여과기에서 압력이 새는 것을 막는 조치 중에 과압으로 여과기가 폭발하면서 1명이 죽고 1명이 부상당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다만 화관법이 점차 정착하면서 2016년 78건, 2017년 87건, 2018년 66건, 2019년 57건으로 화학사고는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올해 6월까지 화학사고가 전년 동기대비 14건이 증가해 33건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증가세다. 환경부가 화학사고 발생원인을 분석한 결과 작업자 부주의 16건, 운반차량사고 9건, 시설관리미흡으로 인한 8건으로 확인됐다.

화학사고가 일어난 곳은 대부분 탱크·배관·밸브시설이다. 또 작업자 부주의와 시설관리미흡으로 인한 사고가 24건으로 파악됐다. 24건 모두 탱크·배관·밸브의 파손, 불량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최근 인천과 구미에서 발생한 2건 사례도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해 배관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되거나 이상반응으로 폭발이 일어난 사고에 꼽힌다.

구미에선 작업자가 유해화학물질 저장용기를 옮기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인해 무게중심을 잃은 저장용기가 넘어지면서 유해화학물질을 공급하는 배관을 파손시켜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에선 작업자가 유해화학물질을 저장탱크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다른 유해화학물질이 보관된 탱크에 오인 주입해 이상고온·고압 반응을 일으키면서 폭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기검사와 현장 교육 등이 대면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환경공단 직원이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한환경공단 직원이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정부, 취약 사업장 컨설팅·교육 강화

정부는 전년 동기대비 늘어나는 화학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사고에 취약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설 안전관리 진단 컨설팅과 작업자 현장교육을 지난달부터 집중 실시중이다. ]

화관법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은 화관법 시설기준에 맞게 시설을 설치한 후 주기적인 자체점검을 해야 한다.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관리 교육도 의무화 했다. 그러나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영세 중소사업장은 자체점검 과정에서 밸브 부식, 배관불량 등 일부 안전상 미흡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1000종이 넘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5년부터 2018년 간 화학사고는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70%이상 발생했다.

화관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은 전문기관을 통해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4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관계부처 합동 대책 일환으로 정기검사를 6개월간 유예했다.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중소기업 화학물질 보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중소기업 화학물질 보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컨설팅을 진행했다.

환경부는 작업자 부주의나 시설관리미흡으로 인한 화학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관리에 취약한 중소규모 사업장을 선별, 시설 안전성 진단 컨설팅과 작업자 현장 교육을 집중 추진한다.

안전성 진단 컨설팅은 화학안전 관련 전문인력을 보유한 한국환경공단이 매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1300여개 사업장을 방문해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화학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방효과를 더하기 위해 지반침하 관리, 배관 건전성 검사, 정밀 누설탐지 등 전문적인 진단을 추가 반영해 추진한다.

작업자 현장 교육은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에서 추진하며 연말까지 170여개 사업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해당시설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물리적·화학적 특성과 화학사고 시 대응방안까지 종합 교육을 실시한다.

황석태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안전한 사업장 관리를 위해서는 철저한 시설관리와 함께, 안전교육과 위험요소 발굴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사업장이 화학안전 관리역량을 내재화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도별 화학사고 발생현황

자료 환경부

[화평법·화관법 5년]전체 사고 줄었지만…최근 부주의 사고 급증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