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배터리 안전 마진' 가볍게 여겼다

[이슈분석]'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배터리 안전 마진' 가볍게 여겼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3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배터리의 안전 마진이 다른 경쟁차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안전 마진을 줄인 설계가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전 마진은 배터리의 안전적 충·방전 성능 유지, 장수명 확보를 위해 충전과 방전 각각의 일부 구간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일종의 '안전 확보 구간'이다. 이 구간을 많이 확보할 수록 배터리의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주행 가능 거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본지가 박철완 서정대 교수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보고서를 분석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코나 안전 마진 3.2%…경쟁차 대비 30~40%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코나 일렉트릭' 화재사고(2019년 7월 28일 강릉사고) 관련 법안전 감정서를 분석한 결과 차량의 배터리 시스템 안전 마진이 최대 3%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배터리 설계 조건이다.

전기차 등 배터리를 직병렬로 연결해 쓰는 제품은 보통 안전을 위해 8~12% 가량의 배터리는 실제 운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테슬라 모델3(LR트림 기준) 경우 실제 80㎾h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외부에는 75㎾h로 용량을 공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다 추가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충전률(SOC)을 제한하는 등 설정 조건에서 한번 더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것도 업계의 일반 관행이다.

그러나 현대차 코나는 배터리 안전 마진이 최대 3% 수준에 불과했다. 코나 전기차의 실제 배터리 정착 용량은 64㎾h로 이번 조사에서 배터리의 운용 범위는 97~98%로 나타났다. 국과수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팩의 충·방전 범위인 공칭 전압 구간은 240~412.8V로 설계됐고, 국과수가 측정한 사고 차량의 충전 완료 후 배터리 팩 전압은 409.3V로 나왔다. 이는 제품의 허용 기준인 정격 최대 충전 구간(412.8V)과 불과 3.5V 차이로 편차률은 0.86%에 불과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충전 구간에서의 안전 마진은 1% 수준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물리적(공칭) 용량과 정격 용량을 따로 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율(SOC) 사용범위를 97%로 설계돼 3% 수준의 안전 마진을 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밝힌 안전 마진 3%를 적용해도 실제 배터리 가용 용량은 62㎾h로 안전 구간 비중은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테슬라 모델3는 80㎾h를 장착해 실제 가용 용량은 72~75㎾h이며, 코나와 가장 비슷한 배터리를 사용한 GM '볼트(Bolt)' 역시 60㎾h의 배터리를 장착했지만, 가용 용량은 55㎾h~57㎾h에 불과했다.

코나 일렉트릭 배터리 셀, 팩, 어셀블리.
코나 일렉트릭 배터리 셀, 팩, 어셀블리.

◇원인 '배터리 불량' 아닌 '진행성 불량'

다수의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은 진행성 배터리 불량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상 배터리에 박한 운용 조건이 더해지면서 배터리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배터리 단셀에 손상으로 인해 진행성 불량이 발생 후 단락 과정을 거쳐 발화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 마진 구간을 크게 했다면 배터리 셀의 불량 문제를 의심할 수 있지만, 안전 마진이 크게 적어 차량 운행 중에 만들어진 진행성 불량이 유력하다. 결국 배터리 운용 조건 등 가혹한 배터리 시스템 설계가 주된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배터리의 가용 용량을 최대한 늘려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한 시도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와 주로 국내에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와 공통점이 많다는데 입을 모은다.

ESS의 경우 최대 충전 전압 구간이 보통 4.1V에서 높아야 4.15V인데 이번 조사에서 사고 차량 코나의 단셀 평균 전압은 4.17V로 나타났다. 20여건의 ESS 화재 사고 역시 충·방전 구간을 무리하게 늘린 것이 사고 원인인 점에서 코나 사례와 비슷했다.

박철완 교수는 “셀 수백 개 이상 직병렬로 연결한 배터리 팩은 충방전 사이클 장수명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특히 안전 마진을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 때 불량이 발생한 단셀은 활성화 후공정에서 대부분 걸러지며, 제조 불량인 전지는 SOC 사용 제한 여부와 무관하게 망가지거나 화재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직병렬로 만든 배터리 팩일 경우 안전 마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진행성 불량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섣부른 국토부 발표...'니로EV'는 괜찮은가?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으로 배터리 셀의 결함을 지목, 배터리 분리막의 손상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런 발표는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가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를 통해 조사한 차량은 전부 사고 차량으로 이미 안전 마진이 없는 박한 운용 조건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배터리이기 때문에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미 국내 판매된 코나 일렉트릭은 이 같은 운영 조건을 경험한 상태다. 이 때문에 코나에 장착되는 새 배터리 셀·팩을 조사해야만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다.

이에 국토부 리콜 조치를 통해 배터리 운용 조건을 완화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그레이드를 하는 한편, 기존에 판매·운행하는 차량의 배터리 손상 여부도 정확하게 걸러내야 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해야 향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국토부와 KATRI의 조사 결과는 LG화학을 이해시키지 못해 오히려 더 큰 분쟁의 유발했고, 배터리가 발화 시작점이라서 발화 원인라는 말은 전혀 맞지않다”며 “단락 현상은 발화로 이어지는 과정과 결과이지, 발화 원인이 아니기에 단락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차 '니로EV'도 코나 일렉트릭과 같은 조건에 운영됐다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지만, 니로 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코나의 NCM622(니켈60%·코발트20%·망간20%) 배터리와 달리 NCM811로 핵심 소재 구성에 따른 설계 기술이 다르다.

박 교수는 “두 회사 단전지 기술 자체가 많이 다르고, 설계상 셀의 안전마진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니로 전기차가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코나 화재가 배터리 불량이나 결함이 아니더라도, 배터리 제조사는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고 법안전 감정서 주요 내용(국과수 보고서 기준)

【표】사고 차량의 배터리 팩 설계 전압과 운용 전압 비교

【표】전기차 모델3·볼트·코나 배터리 안전 마진 비교(각사·국과수 보고서)

※공칭 배터리양은 98개 셀 × 공칭 단셀 전압(3.63V) × 공칭 용량(180Ah), 정격 배터리양은 98개 셀 × 정격 팩 전압(352V), 가용 배터리양은 공칭 용량(64㎾h) × 97%(충전율(SOC) 설정값)으로 각각 계산. (Wh는 에너지양 단위, Ah는 배터리 용량 단위)

[이슈분석]'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배터리 안전 마진' 가볍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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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