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산업기술 R&D대전' 한국판 CES로 만들자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지난 1967년 처음 미국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는 첨단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세계 최대 전시회로 성장했다. 올해는 세계 기업은 물론 혁신과 도전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첨단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과 제품군을 선보였다.

구글과 아마존은 AI를 기반으로 차량과 가정에서 모든 제어 기능을 구현하는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를 각각 내세웠다. 현대차와 우버는 미래형 교통 수단 '플라잉 택시'를 제시했다. 삼성과 LG는 각자 미래형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눈길을 끌었다.

CES는 일반 참가자는 물론 마켓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중소·중견 기업에 혁신 기술과 핵심 파트너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했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27회째를 맞은 '대한민국 산업기술 연구개발(R&D) 대전'이 있다. 산업기술 R&D의 우수 성과물을 국민과 공유하고, 산·학·연 기술 교류를 도모하는 소통의 장이다.

산업기술 R&D 대전은 한국 산업기술 R&D 역사를 대변한다. 2018년 세계 최초의 6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2019년 차세대 10나노급 D램 반도체,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이 잇달아 대한민국 기술혁신상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초·최고, 국내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또 R&D 우수 성과물, 채용박람회, 해외기술교류회 등을 연계하면서 국내 산업기술인과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산업기술에 대한 국민 관심이 커지면서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도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1만2900명을 기록한 하루 평균 관람객은 2019년 1만4700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전시회 주제는 '불확실성 시대의 산업기술 혁신과 생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 향후 기업 생존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총 103개 산·학·연이 온라인으로 R&D 성과물을 선보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온라인 전시관을 구축했다.

산업기술 관심도가 높은 일반인 대상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산업기술 R&D'와 폴더블폰을 주제로 한 'K-tech 콘서트'를 온라인 생방송으로 제공한다.

우리 경제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산업기술 혁신 정책 토론도 진행한다. 제조혁신펀드를 지원해서 중소기업 비즈니스 성장을 돕는 행사도 마련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기술 동향과 시장 방향성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산업계와 국민이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나라 첨단 기술과 미래 산업에 대해 소통하고, 변화와 혁신을 체감하기를 바란다. 또 간접 경험하는 미래 산업기술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산업기술 R&D 대전이 미국 CES,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같은 대형 전시회로 거듭나기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은 멀다. 그러나 이제 27살의 혈기 왕성한 청년기에 접어든 전시회인 만큼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산업기술 R&D 대전에 더 많은 혁신·도전 기업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참가자에게 글로벌 기술 동향과 미래시장에 대한 영감을 주는 것은 물론 AI, 디지털 플랫폼 등 혁신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로 진화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기반으로 많은 해외 바이어가 CES처럼 R&D 대전에 참여하고, 대한민국 우수제품을 구매하는 비즈니스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yhchung@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