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BOE, 애플 OLED 공급 의미와 전망…매서운 추격, 다음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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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최고 수준 품질 인증 받아
거대 자본 바탕 저가공세 나설 가능성
삼성전자에 OLED 공급 재시도 전망
전문가 “기술 차별화로 격차 벌려야”

[이슈분석] BOE, 애플 OLED 공급 의미와 전망…매서운 추격, 다음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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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BOE의 애플 공급망 진입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무한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은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독무대였고, 넓게는 LG디스플레이까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주도해온 분야였다. 하지만 이런 구도는 BOE의 가세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손꼽히는 OLED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현실화 돼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BOE

업계를 종합하면 BOE는 지난해 12월 25일 직전 애플로부터 최종 OLED 공급 승인을 받았다. 2017년 5월 첫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을 가동한 후 약 3년 6개월 만에 애플 공급망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BOE는 이를 기념해 12월 31일 기념행사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BOE는 그동안 애플에 OLED를 공급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인 아이폰 납품은 곧 전자 업계에서 최고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BOE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월 4만5000장 규모 6세대 플렉시블 OLED 팹인 B7을 짓고, 곧바로 몐양에도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 B11을 만들었다. 업계 선두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선 BOE는 몐양 B11에 애플 전용 라인을 구축했다. 최신 설비로 애플 주문을 수주하겠다는 목표였다. B11은 2019년 7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진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3분기 애플 평가에서도 탈락하며 다시 2021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BOE와 애플은 4분기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평가 탈락 후 BOE는 B7에서 OLED 패널과 터치를 만들고, 모듈은 B11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재도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B7은 B11보다 가동을 먼저 한 팹이어서 안정화가 돼 있었다. 이에 B7을 활용, 수율과 품질 문제를 해소한다는 구상이었다.

애플이 이를 수용한 것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B7은 BOE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고객사용으로 패널을 만드는 곳이다. 애플은 보안과 품질 등의 이유로 설비 투자비를 지원하면서까지 자사 전용 라인을 만들 것을 협력사에 요구한다. 깐깐한 애플이 BOE에 예외를 적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BOE 사정을 고려, B11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는 BOE가 B11 이슈를 해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B11은 초기 대만계 엔지니어들이 라인 구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율 등의 문제가 생겨 B7을 운영한 한국 엔지니어들이 투입됐다. BOE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대만 엔지니어들이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도입하는 바람에 B11 가동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OE 진입 파장…삼성·LG 추격

BOE는 아이폰12 모델 일부 물량부터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12 서플라이체인이 가동 중이기 때문에 BOE는 AS용과 같은 아이폰12 일부 물량부터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규모도 제한적일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2021년 연간 기준 BOE 최대 공급량은 10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연간 2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아이폰12 시리즈와 같은 신모델이 한해 1억대 초반 정도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BOE가 맡는 물량은 소규모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다음'이다. 애플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면서 BOE의 전방위 공세가 예상된다.

먼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텃밭과 같았던 아이폰 물량을 놓고 BOE가 비중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의 경쟁이 예상된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X에 플렉시블 OLED를 처음 적용했다.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때부터 액정표시장치(LCD)를 고수한 애플이었지만 화질이 우수하면서 디자인 설계가 자유로운 플렉시블 OLED의 장점에 전면 전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X부터 아이폰12까지 애플에 OLED를 독점하다시피 공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유일 양산 OLED 기술을 앞세워 애플과 물량 담보도 이끌어냈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 말 아이폰XS맥스 일부 모델부터 OLED 공급을 시작했으며 아이폰12까지 물량을 확대하던 중이다.

아이폰12의 1년 치 수요를 기준으로 할 때 삼성디스플레이는 약 9000만대, LG디스플레이는 3000만대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BOE의 진입으로 애플 수주는 이제 3파전이 됐다. BOE는 애플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가격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

애플도 BOE를 지렛대 삼아 공급사간 가격경쟁과 단가인하를 부추길 수 있다. 이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BOE는 또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오포, 비보와 같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납품으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셈이기 때문에 공급 확대를 추진할 전망이다.

BOE는 그동안 화웨이 우선 전략을 폈다. 같은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BOE도 힘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크게 위축되면서 흔들렸는데, 애플이라는 새로운 동아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BOE, 韓 안방도 노린다

BOE의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가 될 전망이다. BOE는 실제로 지난해 삼성 갤럭시S21에 OLED를 공급하려 했다. S시리즈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S 시리즈의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했다. 그럼에도 BOE는 수주에 도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방어로 S21 진입은 무산됐지만 BOE의 공세를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는 삼성 차기작으로 계속 공급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E는 LG전자와 이미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 LG전자 전략 스마트폰인 '윙'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롤러블폰에 BOE OLED가 적용됐다. 같은 그룹 내에 LG디스플레이가 있음에도 BOE가 LG전자 전략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BOE는 이미 한국 안방까지 깊게 발을 내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과 규모를 앞세우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기술로 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기현 스톤파트너스 이사는 “BOE가 애플에 OLED를 공급해도 저전력·고효율 OLED나 폴더블과 같은 차세대 기술들은 여전히 중국보다 3~5년은 앞서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추격이 가시화되고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을 지속 개발해야 선도적 위치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