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바이든 시대 개막]탄소중립, 재정확대, 동맹강화...바이든표 정책은

2035년 '탄소 제로' 목표 대대적 개편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경제에 활력
고소득층 증세 등 양극화 심화 방지
행정부 구성에 유색인종·여성 중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행정부와 차별점을 두고 주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 부문에선 동맹을 강화하고 경제 부문에선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세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것과는 반대 방향이다.

[미 바이든 시대 개막]탄소중립, 재정확대, 동맹강화...바이든표 정책은

◇친환경·제조업 강화에 방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을 돌려놓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대응에도 주안점을 둔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의회 통과가 필요하지 않는 부문에선 신속한 행정명령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재가입으로 환원하는게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탄소중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발전소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전력 분야에서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4년간 2조달러를 투입해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 수백만개를 창출한다. 6만개 풍력 터빈과 5억개 태양광 패널 건설도 추진한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도 트럼프 행정부와 대조적일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대응과 더불어 그로 인해 무너진 경제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하며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경제정책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선택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제에 활력을 주겠다는 신호다. 다만 경기 부양 혜택이 대기업이나 부유층에 쏠려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방지한다. 법인세도 28%까지 올린다. 15% 최저한세율도 도입한다. 고소득층 증세도 이뤄진다. 연수입 40만달러 이상 부유층에 대해 최고세율 39.6%를 부과한다. 반면에 그 이하 소득자에 대해선 세금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국내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기업에는 세금을 올린다. 국내 생산시설 제품 우선 구매 등에 4년간 4000억달러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5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최저시급도 15달러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현 최저시급은 7.5달러다.

또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국가에서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을 입국금지한 트럼프 정책도 종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했던 오바마케어도 부활시킬 예정이다. 건강보험 비용은 소득의 8.5% 이하로 보장하되 저소득층은 보장 확대를 통해 보험 가입률을 97% 이상 달성한다는 목표다.

외교통상 부문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나가되, 동맹강화를 통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견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과 함께 포괄적이면서 전략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WTO에 대해서도 강화 및 개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북한 비핵화는 코로나19 등 국내 요인이 우선됨에 따라 후순위로 밀리면서 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 구성은 파격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행정부에 파격을 불어넣었다. 유색인종과 여성을 중용하겠다는 선거운동 당시 약속을 지켰다. 재무장관과 국방장관 등 요직에 여성과 흑인을 중용한 것도 이채롭다.

바이든 행정부 국무장관에는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이 낙점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부통령-전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호흡을 맞춘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하며 이란과의 핵 합의 타결, 북한·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정책 수립에 관여한 인물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최악의 폭군'이라는 비판을 한 적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려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이 협력해 경제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재무장관은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이 뽑혔다. 인수위는 “옐런이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미국 재무부 231년 역사에서 첫 여성 장관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 중앙은행장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경제계 거물이다. 월가에선 실용적인 측면에서 규제 및 집행에 접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국방장관은 흑인인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이 부임했다. 흑인으로서 미군의 각종 인종차별 장벽을 부숴온 인물로 꼽힌다. 미국 최초 흑인 국방장관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 압박 최전선에 설 것으로 관측된다.

내무장관에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출신 장관인 뎁 할랜드 연방 하원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라구나 푸에블로족 혈통으로 의원 시절 내무부를 감독하는 미 하원 천연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트럼프 정부 석유·가스 시추 확대 정책을 비판했다.

국토안보부 장관은 쿠바 피난민 출신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임명됐다. 부모와 함께 피델 카스트로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인물이다. 이민 1세대가 이민과 국경통제를 다루는 국토안보부 수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