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영 환경 중 가장 급변하는 요소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인구구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인구가 줄어든 시기였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182만 9023명이다. 2019년의 5184만 9861명과 비교해 2만 838명이 줄어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인구 감소와 함께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는 고령화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2018년 우리나라 고령화비율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에서 가장 높았다.
인구 변화는 분명 금리, 물가, 환율과 같이 매일 매일 급변하는 환경 변화 요인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변화하는 경제지표들 중 이미 많은 부분들이 인구구조 변화로 바뀌기 시작했다.
소비 패턴 변화도 여기에 해당한다.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본부에 따르면 고령층 소비자의 소비 시간은 여타 연령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임을 확인해줬다.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들은 하루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이전에 거의 대부분 이뤄진다. 다른 연령대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 전까지가 주를 이룬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마케팅할 때 주력으로 상품을 노출시켜야 할 시간대가 다르다는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시니어 계층이 즐겨 소비하는 공간도 다른 연령대와는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시니어 계층이 가장 즐겨 소비하는 공간 중 하나가 백화점이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해 왔다. 의류 부분의 매출 비중은 50대가 42.9%로 40대(32.7%)와 30대(20.7%)를 크게 압도했다. 매출 신장률 역시 50대는 2018년 6.6%에서 지난해 20.1%로, 60대는 14.9%에서 17.2%로 증가했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최근 크게 대두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바로 트로트 열풍이다.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 각종 공중파, 종편 등에서는 다양한 트로트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다수 편성돼 있다. 이들 트로트 프로그램 시청자의 절대적인 비중은 중장년층들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콘텐츠 소비층 중 하나가 이제 장년층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상에서 열거한 장년층 비중의 증대에는 쉽게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년층을 고려한 사업을 적극 기획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의 경제적 여건을 꼽는 경우가 많다. 좀처럼 장년층은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역시 잘못된 편견이다.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별 순자산 보유액이 50대가 4억 2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억 680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 밀레니얼 시대나 Z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향후 우리 사회는 급격히 장년층 중심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비 활동의 중심에 장년층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장년층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흐름을 간파하고 이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 내지 서비스를 출시한 사례는 많지 않은 듯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시니어 계층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이제 본격적인 시니어 시대가 열린다. 많은 창업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는 지금, 시니어에 대한 학습을 해보길 권하고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