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의 힘' 보여준 마스크 사태

[사설]'시장의 힘' 보여준 마스크 사태

'마스크'가 다시 논란이다. 이번에는 없어서가 아니라 남아서 난리다. 공급 과잉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마스크 제조업체가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기준 전체 마스크 생산량은 1억3083만개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2억7368만개까지 올라간 마스크 생산량이 6개월여 만에 절반이나 줄었다. 생산량은 급감했지만 마스크 제조 기업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1월 137개사에서 지난달 1356개사로 1년 만에 약 10배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늘자 우후죽순 뛰어든 결과다.

가격은 시소를 탔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자 가격은 반비례로 추락했다. 지난해 중반과 비교해 반 토막 났으며, 출혈경쟁까지 더해 사실상 원가 이하로 떨어졌다. 한때는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는 '대박' 마스크는 옛말이 됐다. 마스크 기업은 당장 생존을 걱정할 판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선투자 상황이어서 대규모 줄폐업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나왔다.

격세지감으로 변한 마스크 수급 불균형 사태는 기업경영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시장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 준다. 마스크 사업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데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그중 하나는 정부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책임도 크다. 정부는 공급과 판매 수량을 조절하고 일부 물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해 줬다.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등 사실상 수요와 공급을 통제했다. 기업도 수요가 폭증하자 앞뒤 가리지 않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섰다.

마스크는 생산 라인만 구축하면 사업이 가능해 사실상 진입장벽이 없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 뒀다면 시행착오는 훨씬 줄었을 것이다. 정부는 문제가 터진다면 시장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쉽게 판단한다. 실제로 해결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시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대부분 시장이 왜곡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많았다. 마스크를 둘러싼 시장 교란은 두고두고 기업 입장에서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