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냉랭한 미북관계, 중재자 역할 필요

[사설]냉랭한 미북관계, 중재자 역할 필요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올해 2월 중순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막후 접촉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도 평양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는 외신보도가 흘러 나왔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대북정책이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주요 외신은 미국이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낸 것은 북한 상황 관리와 함께 북미 관계 복원 의지를 떠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서 북한은 역대 미국 대통령 임기 초반마다 북핵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의 이례적인 물밑 접촉 공개와 북한의 거부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북한의 무대응은 미국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북 기조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에 응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섣부르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비밀주의가 철칙인 외교관례를 공개한 배경을 놓고도 말이 많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북한을 대아시아 정책 수립에 여전히 중요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고, 나아가 대북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우리 정부의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외교 당국이 중재 노력을 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우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줄곧 운전자·중재자 역할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 관계가 냉랭해질수록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넓어진다. 이 기회에 북한과의 협상력을 보여 줘야 한다. 만약 냉랭한 미·북 관계에 훈풍이 분다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위상도 올라갈 수 있다. 미국은 물론 북한과의 관계에서 다시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북한과의 협상 채널을 총 가동해야 한다. 외교는 어차피 타이밍이고 실리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바이든 정부 초기에 북한과의 중재자 역할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세계 외교무대에서도 우리나라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