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터리 전쟁, 지금이 위기

캐나다 업체가 배터리 소재 신사업을 담당할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출신 전직 임원들을 영입했다. 모두 전 업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중량급 인사들이다.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캐나다 업체는 차세대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실리콘 음극재의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관련 임원이 핵심 역할을 한 기술을 소유한 국내 대학과는 독점 사용 계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로의 인력 유출이 심화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있던 상황이다. 지난 15일에는 폭스바겐이 배터리 제작·생산을 비롯해 배터리 후방산업, 충전 서비스까지 전부 내재화한다는 전략을 선언했다. 각형 배터리만 탑재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국내 배터리 3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만큼 국내 업체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선도적 기술 개발과 투자로 시장을 주도했다. 중국의 CATL을 제외하고 특별한 경쟁자도 없었다. 배터리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반도체 산업처럼 향후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했다. 이런 배터리 산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캐나다 업체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 우수 인력과 기술을 흡수하려는 시도는 점점 늘어갈 것이다. 폭스바겐에 앞서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 그동안 우리는 앞선 국가나 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따라잡아 한순간 이를 추월하는 전략을 구사했고, 대부분 성공했다.

이제는 우리가 추적을 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배터리 산업이 그렇다. 작은 산에 올라 만족할 시점이 아니다. 국내 기업 간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았는지, 넘치는 수요를 맞추기에 급급해 연구개발을 등한시하지는 않았는지, 잘하고 있는데 굳이 정부까지 나서야 한다고 주저하는 건 아닌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잠깐의 방심은 곧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가장 시급한 건 현 상황을 위기라고 인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