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부금 세제 정비 필요

[사설]기부금 세제 정비 필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에 이름을 올렸다.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 등록자다. 김봉진 의장 199호, 김범수 의장 200호였다. 김범수 의장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1호라는 상징성을 뺏겨 아쉬움이 컸다는 소문이 돌았다. 1호냐, 2호냐는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이야기다. 이미 김 의장은 등록 사실을 밝히기 전에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공개했다. 따져보면 더기빙플레지라는 단체도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흔쾌히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선한 마음'이 중요하다. 기부문화가 지위와 재산, 계층에 관계없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이왕 불 지핀 기부 릴레이가 '반짝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널리 확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개선할 부분이 바로 세금이다. 흔히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기부문화가 낙후됐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열악한 세제혜택을 제일 먼저 꼽는다. 선진국은 기부액에 비례해 혜택이 큰 게 상식이다. 재산을 소유하거나 증여하는 것보다 기부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미국은 기부금액의 60% 내에서 전액 소득공제를, 프랑스는 기부금의 66%를 세액에서 빼준다. 영국은 '레거시10'이라는 제도를 통해 재산 10%를 기부하면 상속세 등에 혜택을 주는 제도까지 있다. 우리는 다르다. 한 재산가가 구호단체에 수백억원을 기부했는데 세금이 절반이 넘어 공분을 샀던 게 엊그제 일이다. 그만큼 선진국에 비해 기부나 자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크게 낙후돼 있다. 기부행위가 깜짝쇼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같은 기반부터 닦아놔야 한다. 무엇보다 세제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민간을 중심으로 나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 방석을 깔아 줄 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같은 거액 기부자가 적은 배경은 탐욕보다 세금 때문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부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선한 마음은 물론 환경까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