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69>ESG 시대, 상호호혜적인 기업문화가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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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영 현장에서 가장 큰 이슈를 하나 꼽자면, ESG가 아닌가 싶다. ESG 대두는 향후 기업 활동이 기업 자체 이익 못지않게 환경과 사회, 지배 구조 등을 고려한 경영 활동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 인간은 원래 상호 호혜적인 관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 주는 실험 결과는 줄곧 있어왔다. 심리학자 보아즈 케이사가 이끄는 시카고 대학 연구진은 독재자 실험을 개시했다. 독재자 실험에서 배분을 하는 역할을 세팅된 컴퓨터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컴퓨터로 하여금 무조건 5 대 5로 배분하도록 강제했다. 그런데 한 가지 차이점은 참가자들이 상대하는 컴퓨터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100달러를 갖고 있다가 50달러를 상대에게 주는 방식의 컴퓨터가 있다. 다른 하나는 컴퓨터는 한 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가진 100달러 중 50달러를 가져가는 형태였다. 주는 것과 뺏기는 것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방식 모두 컴퓨터와 실험 참가자가 나누어 갖는 금액은 동일하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곧이어 진행한 실험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받은 사람들이 빼앗긴 사람들보다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독재자에게서 50달러를 받은 참가자는 평균 49.5달러로 보답했다. 하지만 독재자에게 50달러를 빼앗긴 참가자들은 평균 42달러로 보복했다. 별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두 개 그룹에게 주는 독재자와 가져가는 독재자의 관대함을 평가하게 하자, 가져가는 쪽이 훨씬 더 가혹하다고 말했다. 후속 실험 결과가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에는 하나의 비교군을 추가했다. 100달러 중 50달러는 주는 것과 100달러 중 50달러를 빼앗아 오는 것 말고 추가로 상대가 가진 100달러 중 30달러만 가져오는 실험을 추가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30달러만 가져오는 쪽이 앞선 두 가지 경우보다 더욱 관대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50달러만 주는 경우가 30달러만 가져오는 것보다 훨씬 관대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상호 호혜성은 고용 관계와 같은 직접적인 '주고받는(Give and take)' 관계가 아닌 기부와 같은 선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호주의는 기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독일 경제학자 아민 포크(Armin Falk)는 간단한 현상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규모가 큰 국제 자선단체와 일하면서 그는 기금 조성 방법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스위스 취리히 시민들에게 보내는 각각 프로그램에는 모두 방글라데시 어린이를 위한 학교 건립 모금을 독려하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약 1만 장 요청서 중 3분 2에는 방글라데시 어린이들이 만든 소박한 선물이 들어 있었다. 나머지 3분 1에는 그런 선물이 없었다. 선물은 대개 아이들이 직접 그린 엽서였다.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은 두 종류로 나누었다. 일부 편지에는 엽서 한 장만 들어 있었지만, 다른 편지에는 엽서 네 장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선물은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주었을까? 먼저 선물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약 12%가 기부를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받은 후에 돈을 기부하고자 하는 비율이 늘었다. 선물이 있는 경우 기부 비율은 14%로 늘었고 정확히는 선물이 없는 경우 3262명 중 397명이 엽서 한 장을 주었을 때 3237명 중 465명이 기부를 했던 것이다. 작은 선물이 기부 비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엽서를 네 장이 동봉된 경우 기부 비율이 20%까지 올랐다. 물론 선물을 주는 것은 금전적인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부 금액과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앞서 소개한 자선단체가 엽서를 만드는 데 들인 비용은 2000프랑이었던 데 반해, 기부자들에게 받은 금액은 9만2656프랑으로 선물을 활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약 22%(1만380프랑)증가했다.
이상에서 열거한 실험 결과들을 보면, 어쩌면 ESG 개념의 대두는 때늦은 감마저 든다. ESG에 부합하는 경영 활동은 인간 본연의 심리에 부합하도록 기업 경영 활동을 수행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