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탈출 전략 필요한 자동차 부품산업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이항구

주요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라 운용해 온 각종 완화 정책으로부터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수요가 반도체 수급 차질로 충격을 받고 있지만 주요국 정부는 전기 동력 자동차 생태계 구축과 자율주행차의 시범 운행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자동차 산업 정책을 정교화하면서 부품업체의 사업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는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지난 2011년부터 국내 자동차 생산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악화한 부품업계의 경영 성과가 K형 회복세에 따라 양극화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품 대기업은 완성차업체의 도움 또는 자력 형태로 사업을 전환하거나 다각화하고 있지만 중소 부품업체 대부분이 전기차·커넥티드카 관련 핵심 부품인 전기전자(전장) 부품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자금과 인력도 부족하지만 경영난이 장기화하다 보니 구조 개편 흐름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00개 외부감사 비계열 부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5%까지 하락했다. 자동차 산업의 석·박사 인력은 2019년 기준 3327명에 불과하며, 이들 인력의 60%가 고용 300인 이상 대기업에 속해 있다. 완성차업체를 포함해 국내 외부감사 자동차업체 500여개사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분석한 결과 2019년 300여개사가 8조6000억원을 R&D에 투자했지만 이는 독일의 7분의 1, 일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전기 동력의 자율주행(미래차)산업 생태계에서는 전장 모듈과 시스템 부품업체, 소프트웨어(SW) 등 서비스업체가 중핵기업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전장 부품업체 비중은 5%에 불과하고 차량용 SW 전문업체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선진국과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전기동력화와 'SW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시장 선점을 위해 SW 인력을 포함한 엔지니어를 적극 양성하고 있다. 미래차 인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양성해 온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력과 생산기술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를 위해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9년 현재 미국의 친환경차(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수소전기) 인력이 25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특히 미국의 차량용 SW 인력은 '링크트인'을 활용해 추정한 결과 최소 2만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페이스북·인텔·애플'(MAFIA)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미래차 사업에 경쟁적으로 진입하고 있고, 자동차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세계 최대인 60조원을 자동차 산업 R&D에 투자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엔지니어는 2017~2019년 2만6000명 이상이 증가, 12만6400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친환경차 인력은 2018년 기준 4만2000명, R&D·설계·디자인·시험평가 인력은 2만1000명, SW 인력은 10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경쟁국 기업과 정부는 미래차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인력 구조부터 바꾸면서 R&D와 공급망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로 반도체와 배터리를 포함한 전장 부품과 SW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미래차 엔지니어와 SW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존 인력의 재교육 훈련 및 R&D 투자 확대를 통해 연결성, 자율주행, 개인 이동수단과 전동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만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로부터 탈출(ESCAPE)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hglee@ka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