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도시 괴드. 이곳에는 삼성SDI 배터리 생산 공장이 위치해 있다. 괴드 공장은 삼성SDI가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세운 전진 기지다. 33만㎡(10만평) 부지에, 4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춰 삼성SDI 최대 생산 기지로 떠올랐다. 하반기에는 한 번 충전으로 600㎞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가 이곳에서 생산될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헝가리 괴드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관련 임원들과 함께 사나흘 일정으로 현장 경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삼성SDI 최고 경영진이 괴드 공장을 찾은 건 이례적이다. 전 사장은 현지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양산이 임박한 차세대 배터리 '젠5'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젠5는 삼성SDI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전략 제품이다. 니켈 88%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술이 적용돼 한 번 충전에 주행거리가 600㎞에 달한다.
니켈 함량을 끌어올려 배터리 용량을 극대화한 동시에 2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 기술, 알루미늄 소재 및 특수 코팅 기술 등을 더해 주행거리와 안전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특히 젠5 배터리에 '스태킹' 공법을 첫 도입했다. 스태킹은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 음극, 분리막을 층층이 쌓는 것으로, 배터리 내부 공간 효율 증대로 배터리 성능을 향상 시킬 수 있다.
삼성SDI는 조만간 젠5 배터리를 양산해 BMW에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가을 BMW가 출시하는 전기차 'iX'와 'i4'에 삼성SDI의 차세대 배터리가 적용된다.
BMW는 2009년부터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를 연구개발한 전략 파트너다. 전영현 사장은 차세대 전략 배터리 사업을 점검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 중인 유럽 사업 확대를 위해 헝가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헝가리 공장을 전진 기지로 육성하고 있고, 차세대 배터리 양산이 임박해 최고경영진이 다녀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헝가리 증설 등 앞으로의 투자 계획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은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현지 투자 상황과 현안 공유, 미래 투자 전략 등의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지난해 전기차 140만대 팔려 최대 시장으로 등극했다. 역외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있어 배터리 등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유럽 현지 진출 및 투자를 강화하는 중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젠5 배터리를 BMW뿐 아니라 폭스바겐, 아우디에도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은 지난해 매출 1조8028억원, 당기순손익 249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 전기차 라인 준공 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삼성SDI 측은 전영현 사장의 헝가리 출장과 관련 “경영진의 일정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