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창업실전강의]<172>창업의 기회는 전통산업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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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이 ICT, 배터리, 자동차 등 특정 산업군에 더욱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창업 역시 이들 분야 내지 이들 분야와 유관한 분야에 집중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품목에는 반도체, 배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농민 소득 창출에 기여해 왔던 파프리카 같은 농작물도 대표적인 수출품목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재배되는 파프리카 절반가량(약 44%)이 수출되고 있다. 국내 재배 파프리카 99% 이상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으로 수출된다. 일본 자국산 파프리카는 2018년 기준 자급이 14% 수준에 불과해 부족분의 상당 부분을 한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파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파프리카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4억 5811만 달러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오는 2026년까지 약 5.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프리카가 각광받는 이유는 항우울, 항염증, 항산화 및 노화 방지 특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식자재 재료를 넘어 의약품, 화장품에서도 크게 활용되고 있다. 암, 관절염, 이질, 구토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파프리카는 어떻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산물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했을까? 파프리카는 이름에서도 쉽게 확인 가능하듯이 외래종이다. 하지만 파프리카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5년 만에 농산물 중에서는 수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서 파프리카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주로 항공기 기내식용으로 제공하기 위해 제주도 유리온실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농가에서 파프리카라는 작목에 주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외환위기로 유리온실 경영 악화가 가중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작목을 도입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 과정에서 많은 농가들이 파프리카에 주목한 것이다.

이후 파프리카의 재배 면적은 2010년까지 연평균 25%씩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에 전개되는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종자 주권 등 움직임 속에서 파프리카 수출 환경이 위축될 소지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파프리카 수출 검역 협정국 기준 수출 가능국은 약 15여개 국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장거리로 인한 수출 시 신선도 등에 문제가 발생하며 동남아시아 경우 가격 경쟁력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많은 농가들이 중국 수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나름의 판로를 개척하는 상황이다.

파프리카 수출 과정을 살펴보면 창업을 함에 있어 남다른 기술 내지 아이디어가 반드시 특허나 실용실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마치 파프리카 도입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던 농업법인 시도들 역시 창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남다른 경쟁력 내지 차별화된 전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기존 사업을 접거나 기존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특허나 실용신안을 통해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산업이 농업과 같은 전통산업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