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극한의 시대 소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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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고립과 단절의 시대를 살아 가면서 비슷한 처지를 다룬 영화가 떠올랐다. 광활한 우주 속 미아의 공포를 다룬 '그래비티'(2013), 열정과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마션'(2015) 등이다. 어쩌면 인류는 세상으로부터의 고립과 단절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준비해 왔는지 모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극한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를 영화로 제작한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심리적인 대비도 그 이유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극한 환경에 대한 연구는 아직 우리가 가 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대비책이다.

극한 환경은 생존과 관련해 도전적이고 극단적인 환경을 뜻한다. 초고온, 극저온, 초고압 등 특수한 환경과 조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우주나 심해 등 환경을 떠올리기 쉽지만 국방이나 에너지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항공우주 연구 분야 선도국인 미국은 일찌감치 극한 환경과 관련한 소재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국립연구소와 대학 중심으로 연구연합체를 설립, 협력 연구를 촉진하고 수행한다. 오랫동안 역량을 축적한 만큼 첨단기술과 특수장비 보유에서도 앞서고 있으며, 국방부·에너지부 등 정부 부처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극한 환경 소재 연구에 대규모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또 다른 선도국인 중국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국가과학기술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8만6000㎡ 이상 규모의 종합극한환경실험시설 건립을 추진, 올해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극저온, 초고압 등 극한 조건을 한 곳에 통합해 연구하는 세계 최초의 시설로, 규모 면에서도 가위 압도적이다.

주요국의 추진 현황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재료연구원이 현재 '극한환경 소재실증 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는 창원시가 재료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시 소유 부지의 무상임차를 승인하는 등 극한 환경 연구 인프라 조성에 적극적이다.

극한환경 소재실증 연구센터는 극한 환경 소재의 시험 평가부터 품질 인증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기반을 조성하고, 실증연구를 지원한다. 극한환경 소재기술 자립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기술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실증연구를 수행하고, 실험실과 기업을 연결해 연구 성과 활용을 극대화하는 중간 역할을 맡는다. 극한환경 소재실증 연구센터가 구축되면 초고온과 극저온 등 극한 환경 복합 실증을 통해 가스터빈용 초고온소재, 우주항공용 초고온소재, 액체수소용 극저온소재 등의 개발과 실증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 상용화 기간 단축은 물론 국가 차원의 전략소재 국산화와 자립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에 영화 '마션'에 나온 가상의 화성 환경과 유사한 공간을 마련하고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별 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훈련에 참가한 과학자들이 일정 기간 생활한 후 무사히 귀환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고립의 시간을 무사히 넘기고 건강하게 돌아온 과학자들의 소식을 접하고 극한 환경에 대한 인류의 도전과 극복, 이를 통한 더 나은 미래로의 발전을 기대해 보게 됐다.

재료연이 극한환경 실증시설 구축과 이를 활용한 연구개발(R&D) 성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노정에 동참하고 극한 시대를 대비하는 인류의 노력과 성과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 ljh1239@kim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