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로봇 기술]<하·끝>로봇, 재난현장 누빈다...인간에게 '안전'을

# 로봇(Robot)의 어원은 노동, 노역 등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다. 1960년대 산업용 로봇이 처음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핵심 도우미로 맹활약했다. 최근에는 인간을 대신해 우주를 탐사하는 것은 물론 인간 형태를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 인공지능(AI) 기반 자율로봇 등으로 진화하며 끝없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국민과 사회 안전을 위한 로봇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현장에 로봇을 투입, 피해 확산을 줄이고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총력을 쏟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로봇, 재난에서 인간을 구한다

최근 각종 재난현장에 대응하기 위한 로봇 기술 개발 필요성이 높아졌다. 화재 등 각종 사고현장에서 구조대원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 어렵거나 위험한 사고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면 인명 피해를 최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산·학·연 컨소시엄은 지난 2016년부터 '국민안전로봇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2022년 6월 완료되는 이 프로젝트는 소방대원과 컨소시엄 연구자로 구성된 실용화추진위원회를 운영, 재난 현장 로봇시스템 수요를 반영하고 복합재난에 투입되는 인명구조 및 진압 대원을 보조하기 위한 안전로봇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현장 정찰을 위한 비행·주행 로봇 기술, 현장대원 인명보호 및 구조지원을 위한 장갑형로봇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현재까지 5㎏ 이하 경량형 트랙 기반 지상이동체와 비행이동체 자율주행 기술과 500도에 이르는 고온에서 1시간 이상 구동이 가능한 장갑형 로봇 차체 및 양팔 매니퓰레이터(원거리 조정 장치)를 개발했다. 또 200도를 견디는 다중센서 융합기반 농연가시화센서와 다채널 송수신 레이더 칩 기반 인명탐지센서 기술력도 확보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컨소시엄의 붕괴지역 매몰자 탐지구조를 위한 협소공간 탐색 로봇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컨소시엄의 붕괴지역 매몰자 탐지구조를 위한 협소공간 탐색 로봇

KIRO는 또 다른 컨소시엄에서 붕괴지역 매몰자 탐지구조를 위한 협소공간 탐색 로봇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그리퍼(gripper)와 생존자 탐지센서(카메라, 열화상카메라, 가스탐지센서, 마이크, 스피커, 관성측정장치(IMU))를 통합한 뱀 형태 로봇이다. 14개 관절 구동 모듈로 좁은 공간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재난현장의 생존자 탐지에 유리하다.

KIRO는 “현재 미국, 일본, 영국, 이스라엘 등이 뱀 형태 로봇을 개발해 군사용 또는 재난 대응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안전점검, 협소지역 탐색 및 작업에 대한 시간·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재난안전용·군사용·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난로봇 기술력 높인다

선진국과 비교해 뒤쳐지는 국내 재난로봇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R&D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 구조대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성능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시도다.

KAIST는 고려대·서울대·한양대에리카 산합협력단과 미국 카네기멜론대, 매사추세츠공과대, 일리노이-펜실배니아대, 스탠퍼드대, 조지아공과대 등과 각각 팀을 꾸려 '재난 현장 구조 및 인도적 지원을 위한 차세대 로봇 원천기술 한·미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해당 R&D 과제는 다양한 재난정보를 수집·융합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상황을 의미있는 정보로 전환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빅데이터, AI 등 급변하는 로봇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한·미 협력을 통한 공동기술개발을 지속 이어갈 예정이다.

KAIST는 “재난상황에서 최소 인력과 예산으로 상시 대비 가능한 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인화·자동화 기술 발전으로 불필요 인력 및 예산 낭비를 최소화한다”고 강조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구성한 컨소시엄은 복합 재난상황에 사용 가능한 '실내 정찰용 로봇시스템' R&D에 한창이다. 화재, 폭발위험, 유해물질, 추가붕괴 등 재난현장 정보를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로봇을 선보이는게 목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현재 일부 핵심기술에서 해외 업체 수준을 크게 앞서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재난상황에 특화된 '비행정찰로봇'과 '지상정찰로봇', 통신모듈 부문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부처 협력 R&D 추진

정부도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데 팔을 걷었다. 산업부를 비롯한 각 부처 수요를 기반으로 협력 R&D를 추진, 로봇 적용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과제를 진행한다.

이에 산업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의 공공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로봇기술을 개발하는데 힘을 모을 방침이다. 사회적 재난과 제조현장의 다양한 위험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로봇 R&D에도 속도를 낸다. 광대역 센서 스림을 이용한 원격제어 로봇기술과 밀폐공간 안전작업 지원 로봇 기술 등이 대표 사례다.

정양호 KEIT 원장은 “신산업전략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한 로봇 R&D 협업과제를 우선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로봇 기술을 선제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