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컴퓨터 비전 AI 연구 세계 3위, 실무 인재 양성도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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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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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AI)' 기술 학문 수준이 미국, 중국에 이은 3~4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비전 AI 기술은 AI를 기반으로 얼굴인식, 객체인식 등을 수행한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련 자율주행 기술뿐 아니라 로봇, 의학, 보안, 게임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그러나 실무 인력이 부족하다는 산업계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어 정책적 지원을 통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인식 학술대회(CVPR) 2021'에 논문을 제출·채택된 국가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3위를 기록했다.

CVPR 2021은 3대 컴퓨터비전 분야 국제 학술대회 중 하나로 올해는 총 12개 세션 1601개 논문을 채택했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학계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LG 등 기업이 제출한 논문이 채택됐다.

가장 많은 논문이 채택된 국가는 중국으로 42%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은 23.7%로 2위를 기록했으나, 의미 있는 논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CVPR 2021 시상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이경무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최근 몇년간 CVPR뿐 아니라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에서 3~4위를 이어왔다”며 “1~2위와 격차가 있지만 인구 비례로 봤을 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는 컴퓨터 비전 AI 인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무 투입을 위해선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데 국내 AI 인력 양성이 본격화된 게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전이 있던 2016년이기에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학계와 산업계가 바라보는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원을 늘리고 동시에 커리큘럼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기업에서 업무에 버금가는 실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AI 관련 설비 확충도 필요하다.

대기업 AI 담당자는 “일부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 셋을 공개 배포하지만 설비가 뒤처지는 대학에선 사실상 활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산학 프로젝트나 인턴십이 대안이지만 국내 환경이 좋지 않아 우수 인력이 국내가 아닌 해외 인턴십 등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AI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한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및 이용 지원도 고민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AI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대학이 자체 설비 구축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다수 대학이 설비 증설 한계에 도달했다. 투자 여력이 없는 곳도 있고 돈이 있더라도 공간의 제약이 있으며 전력 소비량도 감당 못할 수준에 와 있다”면서 “클라우드 시스템이 대안이지만 고가의 비용이 문제”라고 털어놨다.

국내 기업과 대학 간 산·학 프로젝트 확대도 요구된다. 대학은 실무 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국내 기업은 양질의 우수 인력을 선점할 수 있어 윈윈 효과가 있다. 또 AI 관련 학과 교수의 사기업 겸직도 활성화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뛰어난 인력을 교수로 채용할 수 있고, 학생들도 해당 기업에서 일찍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AI 인력 양성을 위해 예산을 지속 투입하고 있고 학문적으로 성과를 내고있으나 산업계가 요구하는 실무 인력을 대학이 배출하기 위해선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