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메타버스를 향한 상상력을 허하라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
이원욱 국회 과방위원장

메타버스 붐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모 기업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정책 홍보 이벤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층마다 각 후보의 룸을 주고 창의력을 보태 저마다 홍보방안과 적절한 공간을 만들면 된다. 온라인 회의방, 카페, 방송국, 열린 후보의 방, 후보 분장실, 비서실, 프레스룸과 같은 다양한 공간이 층마다 마련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 이번 경선이 당의 지지층 확대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눈앞의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또 하나의 자유세계, 또 다른 소통 형태, 또 다른 가치관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겠다는 민주당의 열정과 도전은 미래정당·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 알리기에 기여할 것이다.

메타버스 개념 안에서 주역이 될 세대는 Z세대 또는 아직 무엇이라고 호명되지 않은 그 이후 세대다. 즉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다. 이들은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세대, 개인주의적 세대이지만 결코 파편화된 개인주의가 아니라 어딘가와 이어져 있는 개인주의적 세대다. 그 어딘가에 가상공간이 있다. 그들에게 가상공간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그냥 '공간'이다. 삶터이자 놀이터이다.

현재 현실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가상세계는 네이버 '제페토',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SKT '이프랜드' 등이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지 못하는 부모들은 아이들과 '모동숲'에 모여들었다.

신기술이 나오면 법을 만드는 사람들로서는 규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메타버스는 익명적 장소이자 비대면 공간으로, 범죄 발생 우려가 높다. 가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현실 세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인식, 그 강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에서도 그렇다. 현실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아이템들이 놀랄 만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거래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이 이어질 수도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주 소비자이니 쉽게 당할 수도 있다. 당연히 공익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학교에서 문구점으로 가는 길이 여러 갈래 있다. 그 길을 가는데 몇 가지 규칙을 주고 '가장 빠르게 도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를 내 보자. 규칙이 많아질수록 도착은 늦어지게 된다. 현실을 뛰어넘는 메타버스 안에서 모든 요소마다 현실과 같은 법을 적용하게 되면 성장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가상에서 가상공간으로 향하는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의 법률가와 현실 세계의 법률가가 토론하고 공존하는 사회, 가상공간에서의 기자가 현실 세계 기자의 기자정신을 넘어서는 사회, 어쩌면 더 나아가 가상공간에서의 국회의원이 그곳에서 법을 만들고 현실의 국회의원은 가상공간의 국회의원을 모방하는 사회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 사회를 상상해 보라. 가상공간의 국회의원 연설이 감동적이어서 현실 속 국회의원이 그 연설을 참조한다면?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워진다. 흥미와 성장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 주체는 미래세대다.

가상공간의 주인이 될 우리 미래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정치인들이 성찰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네거티브 규제와 함께 창의력이 곧 실력인 미래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학교 교과 과정에 있는 코딩교육 시수의 확대, 디지털기술이 곧 성장 사다리가 되도록 디지털 공정을 위한 디지털교육 제도 정착, 가상공간에서 생산과 소비를 위한 가상 자산업에 대한 현실성 있는 제도화 등 이 모두를 논의해야 한다.

메타버스 기술 활성화와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회 메타버스포럼도 필요하다. 전문가·이용자·국회가 참여해야 한다. 국회 정보통신기술(ICT) 법제를 관장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필자의 역할이 요구된다.

정치·경제와 사회·문화 곳곳에 영향을 미칠 메타버스. 최적의 제도적 설계만이 우리가 상상하는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상상력을 허해야만 메타버스는 우리 사회에 멋지게 안착할 것이다. 그 일을 향해 길을 떠나자. 가상공간으로 발을 디디자.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ewon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