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방부 '중기간 경쟁제품' 제외, 조속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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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기 한국장류협동조합 이사장
<임태기 한국장류협동조합 이사장>

코로나19라는 겪지 못한 위기 속에 많은 사람이 일상을 빼앗기고 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수출 중심 대기업들은 조금씩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은 공장을 멈추고, 사람을 내보내는 등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에 '공공조달시장'은 최후의 보루이자 버팀목이었다. 특히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는 중소기업에만 공공조달 시장 진입을 허용하며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보장해 왔다.

2019년 기준 공공조달 시장을 통해 612개 품목, 약 19조4000억원을 납품했다. 최소 88%의 낙찰하한율을 보장하며 중소기업 공공조달 판로 확대를 위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혼란 방지를 위해 3년마다 '중기간 경쟁제품'을 지정하고 있으며, 현재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중기간 경쟁제품'의 품목 지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판로정책이지만 최근 국방부가 군수품 전체에 대해 소수 업체 참여, 품질 저하 우려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기간 경쟁제품' 반대 입장을 공식화함에 따라 군납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군 입찰은 '입찰 적격심사제도'에 의해 운영된다. 일반 중기간 경쟁제품은 낙찰자 선정을 위한 종합평점 기준이 88점이지만 군수품은 95점으로 높은 점수가 요구된다. 지난 수년간 군납 중소기업들은 기술 인력 채용, 설비 확충, HACCP 인증 등 과도한 심사 기준 충족을 위해 많은 자금과 시간을 투자하는 등 노력해 왔다.

과도한 심사 기준은 소수의 경쟁력 있는 업체에 대한 낙찰로 이어졌고, 공동수급체에 가점을 부여하는 군납 입찰의 특성 또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업체의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 업체만 참여하는 구조가 문제라면 '중기간 경쟁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군 입찰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군수품은 군에서 정한 엄격한 '구매요구서' 기준에 따라 납품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중기간 경쟁제품'의 품질이 낮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스스로 만든 '구매요구서'를 부정하는 이야기다. 필요하다면 낙후되고 경직된 '구매요구서' 개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영리법인 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0.3%인 대기업이 영업이익 57%를 차지하고 전체 기업의 99%인 중소기업은 영업이익이 단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할수록 수급기업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막대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침탈이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류 제품은 지난 2020년부터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민수시장에서도 대기업의 시장 침탈에 대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 품목이다. 그동안 대기업은 재래시장의 식품 종합 대리점을 인수하거나 저가 과다 판촉을 지속하며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해 왔다. 만약 '중기간 경쟁제품'에서 장류 제품이 제외된다면 공공조달시장에서도 대기업의 시장 침탈은 가속되고, 장류 중소기업은 도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23조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기간 경쟁제도'는 별도의 세금 투입 없이 공공기관이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99%, 근로자의 8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판로정책이다. 아무쪼록 전통 식품 '장류 산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국방부의 '중기간 경쟁제품 반대'가 조속히 철회되기를 희망한다.

임태기 한국장류협동조합 이사장 ceo@koreaja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