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존권과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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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등 해결의 핵심은 '명분'이다. 중소기업은 생존권을 무기로 내세운다. 반면에 대기업은 주로 소비자 선택권을 명분으로 앞세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권리다. 생존이 걸린 절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대기업의 명분은 다소 약해 보였다. 최근 데스크톱에 대한 중소기업자 경쟁제품 재지정을 앞두고 대기업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늘 고수했던 고객 선택권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것도 내세웠다. 중소기업이 주장하는 생존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되묻고 있다. 그들이 10년 동안 내세우고 있는 명분이 합당한지를 공격한 것이다.

데스크톱은 2013년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처음 지정된 이래 9년 동안 중소기업이 공공시장을 주도했다. 민간시장에서 대기업이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공공시장이라도 보호해 달라는 생존권 호소가 작용했다. 대기업은 10년에 가까운 보호 기간에 얼마만큼의 책임을 다했는지 묻고 있다. 시장을 얻은 만큼 책임은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전자자동차부 정용철 기자
<전자자동차부 정용철 기자>

올해 상반기 기준 조달시장에 판매된 데스크톱은 총 15만2640대다. 이 가운데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은 50.5%다. 상위 5개사로 확대하면 70%에 육박한다. 일부 중소기업이 과점하는 구조는 애초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취지와 맞지 않다는 공격에 빌미가 된다. 이들 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매출 의존도는 90%가 넘는다. 안정적인 공공시장에 안주해 연구개발(R&D) 등 혁신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데스크톱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10년이 다가오면서 이런 비판을 곰곰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생존권이라는 막강한 명분과 권리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뼈를 깎는 혁신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민간시장으로 진출할 체력을 길러야 한다. 생존권과 비교해서 한없이 약해 보이던 소비자 선택권이 차츰 공감을 얻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면 생존권과 선택권의 가치 비중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