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가상화폐 사기피해 대책 절실하다

[ET단상]가상화폐 사기피해 대책 절실하다

올해 초 가상화폐(가상자산) 가격 폭등은 여러 사람을 울고 웃게 했다. 지금은 어떤가. 코인 투자로 이익을 봤다는 사람보다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가 훨씬 더 많다.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에 속앓이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정부와 규제당국이 특정금융정보이용법(특금법) 시행에 맞춰 뒤늦은 대책을 쏟아내고,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원망의 대상을 정부와 규제당국으로 돌렸다. 금융위원장 사퇴 청원이 20만명 동의를 얻기도 했다.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꿈꾸던 정보기술(IT)업체들은 숨을 죽였다. 그 틈을 다단계 사기꾼들이 차지하고 있다. 피해액 3조원이 넘는 브이글로벌 사건이 터졌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 피해액이라던 '조희팔 사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지난 24일 이후에는 특금법 시행으로 난립하던 거래소들이 정리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는 불법화된다. 거래소에만 상장된 일명 '김치코인' 거품도 꺼지게 된다. 많은 코인 사기 피해자들은 이 시점에서야 피해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진화된 코인 사기 조직은 법체계를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 오픈소스로 공개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그럴듯한 애플리케이션(앱)과 메인넷 바탕으로 투자자들을 속인다.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면서도 의심하는 질문을 하면 삭제 후 강퇴, 눈과 귀를 가린다. 자전거래와 가격펌핑을 통해 허위 가격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금융감독원과 수사기관에 불법 금융으로 신고하는 제보자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소한다. 정보에 어두운 노년층과 '코린이'들을 유혹하고, 가상화폐 열풍에 기생하며 세를 급속히 키우고 있다.

이들의 주 활동무대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조차 받지 못한 가상자산거래소이다. 이들이 영업을 중단하면 김치코인 가치 대부분이 0원으로 수렴하는 뻔한 결말로 이어진다. 투자자 대부분은 아직도 상위판매자와 커뮤니티 관리자의 말을 믿고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 필자가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에 신고한 스캠코인의 경우 금감원이 직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서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유사수신, 방문판매법위반, 사기 등 혐의를 회피하기 위해 설계된 복잡한 구조와 진화된 수법으로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피해자 역시 스테이킹, 메인넷 론칭, 허위 제휴기사, 해외 거래소 상장 등 그럴듯한 사기 조직의 설명에 세뇌돼 피해를 자각하지 못하고 신고를 꺼리고 있다.

사기 수법을 고발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언론 기사 역시 코인명을 이니셜 처리, 현재도 보도된 코인이 사기 코인인 줄 모르고 투자하는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폐업 거래소의 개인정보 유출과 가상자산 출금 관련 피해 사례에만 한정되고 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에 대한 예방과 피해자 대책은 빠졌다.

경찰은 피해자 고소나 신고가 있어야 수사를 착수할 수 있다. 한두 명의 피해 신고로는 수사의 어려움 때문에 몇 개월을 허비하다 일반사건으로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사기와 먹튀를 반복하는 사례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규모 피해자들이 나타나야 수사를 본격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도 사기 조직이 잘 알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사기로 말미암아 오랜 기간 희망고문을 당한 피해자의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당을 받기 위해 또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다 보니 주변인에게도 피해를 전파하는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가 크거나 언론보도로 관심이 집중돼야 수사에 나서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이사 hwangcap@hankooknf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