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 완전체 국가 정초(定礎)'

[미래포럼]'디지털 완전체 국가 정초(定礎)'

1994년 말 당시 정부는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환골탈태해서 출범시켰다. 1가구 1전화 보급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달성한 부처는 해체되고 네트워킹과 컴퓨팅을 융합하는 정보통신 입국의 새 역사 미션을 수행할 부처를 발족시키는 정부 개편의 일환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인터넷 대중화 성취와 브로드밴드 강국으로 떠올랐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극복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강국으로 탈바꿈시키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디지털 입국의 기초를 굳힌 것이다.

그로부터 4반세기가 지났다. 세계는 거대 IT 플랫폼과 디지털 경제 주축으로 되면서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주종관계가 역전되는 신자본주의로 편입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디지털 이주자(digital migrant)가 돼 비접촉·비대면 일상으로 내몰렸다. 앞으로 행성 지구의 생활세계는 온라인 가상공간과 오프라인 물리 공간 간 경계를 의식할 수 없게 되는 초병렬세계체제(paraconsistent world systems)로 이행될 것이다. 이 체제를 견인하는 기축은 디지털 대전환, 인공지능(AI) 혁명, 탄소중립 실현이 가져올 트리플융합혁명(TCR; Triple Convergence Revolution)이다. 호순환 생태계에서 광대무변의 신성장 산업이 융성하고, 국민의 안녕 보장과 지구 공통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 지성이 꽃필 것이다. 이 기회를 살리면 선진국 반석 위에 올라앉고 실기하면 변방의 주변국으로 추락하는 호기와 위기의 쌍곡선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 지도자는 문명사적 대변동의 본질과 우리가 처한 절체절명의 불가역적 위기 상황을 얼마만큼 헤아리고 있을까.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한민국을 전면적인 트리플 융합혁명 체계로 대전환하는 '디지털 완전체 국가 정초(定礎)'에 있다고 단언한다.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다음 두 가지를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기를 소망한다. 하나는 현행 국가사회 시스템을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고도로 융합되고 동기화되는 '초인지 네트워크'(SCN, Super Cognitive Network) 상에서 작동 및 점검 가능한 디지털 완전체 시스템으로 개조하는 일이다. SCN은 양 공간이 서로 소통하는 연접 공간이자 혁신적 네트워크의 미래상이다. 또 하나는 산업사회형 도시 구조를 자율이동체, 원격근무·온라인교육·디지털의료, 스마트농업 등을 기축으로 하는 초인지 도시로 재편하고 직장과 주거가 융합된 뉴노멀 주택을 지불 가능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하는 일이다. 예컨대 포스트 코로나, 6G, 피지컬 인터넷 시대의 세계 선도도시 구축이다.

지금 강대국끼리 벌이고 있는 첨단기술 패권 경쟁은 제2의 냉전 시대를 방불하고, 한반도는 이해관계가 운명적으로 충돌하는 요충 지점이다. 국가 흥망의 중대한 분수령에서 차기 대통령의 전략 리더십으로, 초병렬세계체제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신작로를 낸다면 후손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제2 세종대왕으로 칭송받지 않겠는가.

바라건대 내년에 출범할 신정부는 TCR 입국을 위한 집현전이 됐으면 한다. 디지털 완전체 국가전략을 실행하는 총본산으로 모든 산업과 인프라 가치 재창조, 부패 사슬 절단을 위한 진정한 적폐 청산 구현, 온전한 100세 건강 장수 삶을 위한 공든 탑을 정성껏 쌓아 올렸으면 한다. 다 함께 상상해 보자. 힘찬 미래로 나아갈 신국가 청사진과 그 대안을 두고 치열하게 숙의하는 정치 지도자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희망에 찬 정경을 접하는 순간 한류 기적을 창출한 2030세대 스마트 전사와 세계 톱10 부국을 성취한 백전의 6070 노장은 기꺼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