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LPG엔진 개조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액화석유가스(LPG) 연료사용제한 규제가 전면 폐지됐지만 LPG차 등록대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200만대(270만톤) 아래로 내려왔다. 규제 폐지 이후 QM6 LPG 모델이 출시돼 6만대 이상 판매되며 선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외 LPG 신차가 제한적이다 보니 소비자 선택이 줄고 LPG 차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범 한국LPG산업협회 회장
김상범 한국LPG산업협회 회장

자동차 메이커가 전기·수소차 등에 주력하고 내연기관 단산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수답'처럼 마냥 자동차 메이커만 바라보며 LPG차 만들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우리가 LPG엔진 개조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LPG엔진 개조시장은 월 200~300대 수준으로 규제 폐지 이후 2~3배 성장했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개조는 휘발유·경유를 LPG로 전환하거나 혼소·전소 등 방법이 있지만 휘발유를 LPG 전소로 개조하는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하면 연료비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유가 시대 운전자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배경은 개조차 연평균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개조차 연평균 주행거리는 적게는 일반차의 2~3배에서 많게는 영업용 택시 수준으로 주행거리가 매우 길다. 운행거리가 길수록 저렴한 LPG연료 사용으로 연료비를 더 많이 절감할 수 있다.

고배기량·대형차 위주로 개조가 이뤄지고 있다. 개조차 대부분은 제네시스·에쿠스·K9 등 고배기량 대형세단과 카니발·팰리세이드 등 휘발유 대형 RV차가 주를 이룬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분위기에다 대형차는 LPG 모델이 없고, 무엇보다 비싼 휘발유로 운행하기에는 유류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개조차는 휘발유·LPG 겸용으로 연료별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LPG와 휘발유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LPG 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고, 최대 주행거리는 1000㎞에 이른다. 경제성이 뛰어난 LPG를 주 연료로 사용하고 보조연료로 휘발유를 사용, 두 연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환경문제로 경유차를 억제하자 경유차 수요가 휘발유(하이브리드 포함)로 이동하면서 휘발유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미 휘발유차가 1200만대가 넘으니 LPG 개조 수요 잠재력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유럽자동차제조협회는 LPG 등 친환경대체연료 지원정책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LPG엔진은 이미 입증된 기술로 기존 차량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고, 대기환경 개선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유럽에서 판매된 LPG자동차는 전년 대비 93%나 증가했다.

개조시장도 개조비 지원,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개조비 1500파운드(약 250만원)와 무료주차 혜택을 제공하고, 이탈리아는 2000유로(약 270만원) 보조금과 일정 기간 자동차세를 면제한다. 터키는 LPG차가 40%에 이르며, 연평균 9%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LPG 개조 등 관련 산업 종사가는 50만명에 이른다.

국내에 운행되고 있는 휘발유·경유차만 2000만대가 넘고, 앞으로 10년 이상은 이대로 운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라도 친환경대체연료 LPG차로 개조하면 환경개선 효과는 물론 중소 개조업체는 매출 증가와 고용 확대, 자동차 운전자는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어 1석 3조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해외 사례처럼 정책 지원과 함께 개조비용, AS문제 등 몇 가지 문제만 보완하면 개조시장은 급격히 성장할 수 있다. LPG업계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야 말로 LPG엔진 개조시장을 희망의 블루오션으로 만들어 가야 할 때다.

김상범 한국LPG산업협회 회장 deghee@degh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