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높으신 분'과 방구석 겜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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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톡]'높으신 분'과 방구석 겜돌이

“진짜 젊은 층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게이머에게 어필하는 공약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여당과 제1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게임 관련 공약을 내놓을 때 20대 지인이 의문을 던졌다. 게임을 하고 관심도 많은 20대인데 공감이 안 간다는 이유였다.

분명 '높으신 분'이 게임에 관심만 줘도 고마울 때가 있었다. 국회의원이 그라가스 코스프레를 하거나 게임물관리위원장이 게임커뮤니티에 글을 써 주면 마냥 좋았다. 취미를 인정해 주고 소통하려는 의지로 보였다. 게이머 커뮤니티는 찬양 글로 뒤덮이곤 했다. 승급전 중 PC방 전원을 꺼버린다거나 게임중독법같이 게이머의 감정을 들쑤시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때라 더 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 제1야당은 게임 공약을 유례없이 많이 준비했다. 게임을 즐기는 30대와 20대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소통하는 집권층으로 보이겠다는 접근이다. 게이머로서 오랜 기간 게임을 해 왔고, 게임산업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입장에서 그리 탐탁지는 않다. 분명 불공정 해소 방안이나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똑똑한 사람이 모여서 만들었을 텐데 깊이가 없다. 선심 쓰듯 '너희가 좋아하는 게임, 내가 함 챙겨 줄게'라고 '척'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양 후보가 같은 입장이다. 확률 공개 의무화가 중심이다. 정보 공개라면 지금도 실효성이 없지만 자율규제를 근거로 공개는 한다. 검증체계도 갖춰 가고 있다. 게이머가 정말 원하는 건 확률공개 자체가 아니다. 극악한 확률과 게임사의 거짓말, 이리저리 꼰 수익모델, 고과금 이용자만 경쟁이 가능한 구조 등이 문제다. 여기에 매몰돼 게임 본질이 망가지고 있는 게 싫은 거다. 단순히 확률공개로만 해결된다고 봤다면 과하게, 단순하게 본 것이다.

돈버는게임(P2E), 대체불가토큰(NFT)도 그렇다. 규제를 푼다는 접근은 긍정적이나 본질은 다단계와 다르지 않다. 수입원으로서 속성이 게임으로서 특징을 압도하는 걸 게이머가 원할 리 만무하다. P2E가 대세가 된 배경에 대한 고민이 없는 발상이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는 팬을 무시한다. 축구, 야구랑 다르게 프로리그가 정부 주도로 열리지 않았다. 시장과 기업이 만들고 경쟁력을 키웠다. 갑자기 정부가 나타나 “응 너는 오늘부터 서울팀, 너는 대전팀” 이러면 팬, 기업, 지역사회가 좋아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건 정책이 아니라 마법이다. 게임에 관심을 주면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다. 셧다운제 통과에 혈기로 집회에 나갔던 게이머는 내 여자 고생 덜 시키고 싶어서 집 한 칸 마련하려고 아등바등거리며 사는 게이머가 됐고, 집 하나 없는데 대출마저 줄여버리는 정책에 분노하는 게이머가 됐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당선 후에는 실질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더는 환심 좀 얻고자 하는 멘트에 마냥 좋아하는 순진한 방구석 겜돌이들이 아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