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신차보다 200만원 비싼 중고 '투싼·쏘렌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공급이 지연되면서 중고차에도 '카플레이션(Car+Inflation)'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인기 차종 매물 시세가 신차 가격을 추월하는 현상이 전기차를 넘어 일반 내연기관차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간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웃도는 이례적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카닷컴에 3890만원에 등록된 투싼 하이브리드 2021년식 중고차 매물.
<엔카닷컴에 3890만원에 등록된 투싼 하이브리드 2021년식 중고차 매물.>

17일 전자신문이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올라온 인기 차종 신차급 중고차 매물 80여건을 조사한 결과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뛰어넘는 매물이 절반 이상인 50여건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은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투싼 하이브리드' '쏘렌토 하이브리드' '카니발' '아반떼' 등이다. 신차급 매물 기준은 2020~2021년식, 주행거리 1만㎞대로 산정했다.

신차 출고 시기가 1년이 지나지 않은 2021년식 중고차 매물의 평균 시세는 신차 가격의 100%를 넘어섰다. 차종별로 신차 가격보다 5~10%(약 200만원) 이상 비싼 매물도 다수였다. 출고 3년째가 된 2020년식 매물은 감가율이 5% 미만에 불과했다.

기아 카니발 9인승 시그니처 중고차 시세.
<기아 카니발 9인승 시그니처 중고차 시세.>

2021년식 투싼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 매물 수는 16건으로 시세는 3340만~4019만원이다. 16건 가운데 신차 가격(3610만원)을 초과하는 매물이 13건이다. 2020년식 카니발 9인승 시그니처의 32건 시세는 4200만~5190만원으로, 모든 매물이 신차 가격(4105만원)을 초과했다. 다수 매물이 300만~500만원 상당 옵션을 장착했더라도 감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출고 2년 차에 주행거리 1만㎞를 넘긴 중고차 매물의 감가율은 10% 전후”라며 “최근처럼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신차 가격보다 5~10% 높은 중고차 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고가 매물마저도 올리는 동시에 빠르게 팔리면서 평균 시세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엔카닷컴에 4799만원에 등록된 2020년식 쏘렌토 하이브리드 중고차 매물.
<엔카닷컴에 4799만원에 등록된 2020년식 쏘렌토 하이브리드 중고차 매물.>

소비자들이 웃돈까지 주고 신차급 중고차를 구매하는 이유는 계약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기아 인기 모델은 이달 신차로 신규 계약 시 출고까지 최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1만4000대가 밀린 투싼 하이브리드는 이달 출고 일정이 미정으로 공지됐다. 아반떼는 6개월, 카니발 8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 14개월이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수급난 장기화를 예상했다. 신차 부족이 장기적으로 중고차 부족을 초래해 신차 시장 정상화 이후에도 2~3년간 매물 부족이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이동헌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신차 공급 정상화 지연으로 중고차로의 이탈이 증가하며 중고차 수요 증가,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이 큰 저소득층 수요와 급히 차량이 필요한 신차 대기수요 일부가 중고차로 이탈하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