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희생양이 된 세제실

[ET톡]희생양이 된 세제실

대선을 앞두고 기획재정부가 대대적인 인사를 예고했다. 세수 추계를 세 번이나 고치고도 틀린 세제실을 개혁하겠다고 나서면서 세제실장을 국제금융라인으로 교체했다. 과장급 인사에서도 큰 폭의 변동이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세수 추계 오차 원인으로 소통 부족을 꼽았다. 세수 전문가만 모이다 보니 소통이 취약했다는 게 이유다.

졸지에 무능한 기재부를 만든 범인이 된 세제실은 침울한 분위기다. 대선 결과에 따라 기재부가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는 만큼 세제실에서 커리어를 쌓은 경우 이번 인사는 인생 경로가 걸린 문제다.

세수 추계가 대대적인 오차를 낸 것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세제실에 대한 질책과 문책성 인사인 점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세제실 전문성을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인사를 내는 것은 오히려 추계 전문성을 뒷걸음질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또 초과세수 상당 부분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했다. 유경준 의원실에 따르면 11월까지 본예산 대비 실적 증가율이 가장 높은 세목은 양도소득세였다. 종합부동산세도 대폭 수술을 거치면서 세수가 늘었다. 부동산 시장 변화로 인한 세수 증가는 세수 추계 정확도를 떨어뜨렸다. 부동산 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세제실만 콕 집어서 질책해서는 안 된다.

초과세수 논란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균형재정이 목표면 세수 추계가 매우 중요하다. 얼마가 들어올지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하는데 세수를 과소 혹은 과대 추계할 경우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모자라면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등 문제가 커진다. 하지만 이미 적자재정을 편성하면서 정부 총지출은 총수입을 아득히 초월했다. 세수가 더 들어온다면 빚을 상환하는 데 사용하거나 다음 해 예산에서 사용하면 된다.

세수 추계가 잘못돼 추경을 제때 편성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정치 논리일 뿐이다. 이미 정부는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예산을 짜고 있다. 가계부가 적자를 내고 있는데 추가로 들어온 돈을 다 쓰겠다는 주장인 셈이다. 빚을 진 사람이 예상치 못하게 받은 보너스로 빚 갚을 생각은 안 하고 다 써 버릴 궁리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빚을 내준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빚을 갚을 생각이 있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까?

한국은 코로나19 와중에도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했다. 주요 선진국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아우성친 가운데 얻어낸 성과다. 그 밑바탕엔 아직까지 낮은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에 대한 정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적자를 외면하고 초과세수를 다 써 버리겠다는 발상은 결국 미래세대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