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금연 작심삼일

[데스크라인]금연 작심삼일

사람들은 연초에 여러 결심을 한다. 외국어 공부, 다이어트, 금연, 금주 등 다양하다. 그런데 잘 안 지켜지는 게 있다. 바로 금연이다. 작심삼일로 그치는 게 다반사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어느 순간 라이터를 켜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흡연자들의 흡연 공간 확보를 위한 공약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어쨌든 흡연자 입장에선 신선한 공약이었다. 규제와 단속 일변도의 흡연 정책을 공간 확보를 통해 담배연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석열씨의 심쿵공약' 23번째인 이 공약은 국민건강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흡연구역 간격과 부스 환기시설 등 기준을 정립하겠다는 게 골자다. 담뱃세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해 흡연 부스, 재떨이 등 시설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금연구역은 28만2600여개소인 반면 흡연구역은 6200여개소다. 흡연구역이 금연구역의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윤 후보는 공간 분리를 통해 비흡연자의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와 흡연자의 행복추구권이 모두 보장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공약이 건강보험 재원 낭비라는 '모(毛)퓰리즘' 비난이 일었던 만큼 윤 후보 공약도 담뱃세 낭비라는 '연(煙)퓰리즘'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담배 유해성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골자는 궐련형 전자담배 타르(TAR) 양이 일반 담배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담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식약처를 상대로 실험 데이터 등 세부 내용을 공개하라고 소송했다. 담배업계는 타르가 문제가 아니라 1급 발암 물질인 유해 물질의 양이 일반 담배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실험 데이터를 제시했다. 담뱃갑에 적힌 타르라는 물질은 일반 대중이 흔히 알고 있는 도로 등에 사용되는 타르와 다르다. 담배의 타르는 잔존물(Total Aerosol Residue)로, 수분과 니코틴을 제외한 연기에서 나오는 모든 물질을 뜻한다. 도로에 사용되는 타르는 콜타르라는 물질로, 석탄·나무·석유 등으로 만들어진다.

2019년 12월 서울행정법원은 담배업계가 제기한 담배 분석방법과 실험 데이터 등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에 대해 조정권고를 내렸다. 정확한 유해물질과 유해성 정도를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면서도 '이걸 끊어야 하는데'라며 고민한다. 끊고 싶은 인내심보다 피우는 기쁨과 습관이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규제 일변도 금연정책에서 선회했다. 이른바 '위해감소 정책'이다. 상대적으로 위해도가 낮은 제품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해 공중보건이나 사회적 편익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의 판매를 인가했다. 영국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95% 덜 해롭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이런 정책에 힘입어 2021년 1분기 일반 담배 판매량이 5년 전보다 42%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흡연 치료의 최선책은 '금연'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노담'이라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우리 2세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흡연자에게 최선책이 안 먹힌다면 차선책이 필요하다. 정확한 유해 정도를 알리고 그나마 몸에 덜 해로운 제품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13조원에 가까운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