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명우 국회도서관장 "국민과 지식 소통 '미래 도서관' 목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1만건을 넘어섰다. 매일 수십건씩 발의되는 법안을 설계하기 위해 의원들은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한다. 국회도서관은 지난 70년간 입법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온 기관이다. 대전환의 시기를 맞은 국회도서관은 디지털 전환 작업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놓은 수많은 데이터를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상 밖으로 드러내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회도서관을 넘어 국가의 정보 보고로서, 국민과의 지식소통을 하는 새로운 미래도서관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새로 취임한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을 만나 국회도서관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비전을 들었다.

대담=이경민 정치국제부장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왼쪽)과 이경민 전자신문 정치국제부 부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왼쪽)과 이경민 전자신문 정치국제부 부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취임 두 달이 됐다.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먼저 의회도서관으로서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도서관은 한국 사회 지식의 중심이며 의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곳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도록 돕는 제반 정보를 여러 방면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고 기능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의정 환경과 이에 걸맞은 국회도서관 역할이 가장 기본적인 고민이다. 많은 이들이 표현하는 것처럼 지금은 전환기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시기다. 기술 변화는 과거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고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로운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기술이 주도하는 대전환 시대는 우리 생활 양식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에서 국가적 의제 또한 어떻게 정하고 변화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과거처럼 하나의 주장으로 문제 개선을 바라기에는 사회가 복잡하고 다원화돼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면서 하나의 정책 변화도 다양한 이익집단과 수많은 제도들에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가능성을 감안하고 법률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이 필요하다. 입법 과정에 필요한 기초적인 데이터와 통계를 보다 빠르고 쉽게 제공하는 것이 국회도서관이 해야 할 일이다. 대전환 시대 의정활동에 걸맞은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 70주년을 맞이하는 국회도서관이 새롭게 끌고 갈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장 먼저 최상의 의회도서관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다. 과거에는 의원과 보좌진이 입법활동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데 비중을 두었다면, 이제는 이런 정보를 보다 쉽게 찾고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활용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금은 디지털 전환 시대다.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비대면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도서관도 직접 찾아와 책을 읽는 기관을 넘어 데이터를 취급하며 서비스하는 곳으로 변화해야 한다. 의회 회의록에서부터 유사법률, 각종 해외사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관련 의미까지 해석해 지능화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점이다.

나아가 의회는 물론 국민도 이용할 수 있는 대민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도서관으로 탈바꿈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잘 구축된 데이터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빅데이터와 AI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혁신을 통해 국회도서관이 '모든 국민을 연결'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하고 융합 콘텐츠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국회도서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비전을 듣고 싶다.

▲디지털 국회도서관은 디지털 기술의 모범적 적용 사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정책과 제도 분야에서 정보의 새로운 활용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지능형 의회정보 융합분석 시스템 '아르고스(Argos)'를 예로 들 수 있다. '아르고스'는 AI 기술을 활용해 뉴스와 소셜미디어, 국회도서관 데이터베이스 등에서 매일 30만건 자료를 분석해 이슈 모니터링 결과를 내놓는다. 올해는 데이터 분석 범위를 더욱 넓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데이터 채널을 추가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디지털 국회도서관이 고도화되면 의회는 관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살펴서 국가전략과 어젠다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이 지속될 수 있게 기술적으로 고민하고 사회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볼 것이다.

이 같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국회도서관은 국내외 데이터를 종합해 국가전략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국가전략정보 포털(가칭)'을 구축하려고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구현될 예정이다.

국가전략정보 플랫폼이 구축되면 데이터 수집과 분석 그리고 효과분석과 미래 전망까지 이뤄질 수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아 중장기 국가의 방향과 기준을 의회가 선도하고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밖에 통계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한 국회도서관 빅데이터 연구센터(가칭) 설립도 준비 중이다. 입법과 학술, 법률 디지털 정보가 이제는 '데이터셋'으로 변환돼 명실상부한 디지털 혁신 시대의 데이터 기반 도서관 서비스 모델을 정립해 나가게 된다. '지능형 도서관 서비스' 구현을 위해 AI를 활용한 법률 질의 응답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
이명우 국회도서관장.

-국회부산도서관이 3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지난해 약 100만책 자료가 국회부산도서관으로 이관됐다. 올해 추가로 67만책이 이관될 예정이다.

국회부산도서관 운영에 대해서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지방의정서비스 영역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대민 서비스 도약이다.

그동안 국회도서관은 의회 법률 정보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함께 지방의회 정보까지 모으고 있다. 지방의회 회의록부터 조례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고 융합형 콘텐츠로 제공해 지방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하려고 한다. 지방의회 데이터 검색툴도 개발 중으로 현재 서비스가 되는 것을 하반기에 더욱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대민 서비스 부문은 국회부산도서관 개관이 그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의도 국회도서관과 달리 국회부산도서관은 일반인에게도 관외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지역 연구원, 민간기업 등과 함께 지역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으로 만들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이 365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의회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도 의미가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경우 데이터들을 국민에게 공유하는 서비스를 많이 한다. 정책은 물론, 학술, 문학, 예술, 창작까지도 많은 분야에서 이용하고 있다. 국회부산도서관도 의원은 물론 기업·단체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디지털 공공도서관으로 역할을 부각시키면서 이를 선도해 나가는 전형적인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다.

-타 기관과의 협업 구상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대표적으로 'AI 일본법 자동번역 서비스'를 사례로 얘기할 수 있다. 2020년부터 네이버 파파고와 함께 개발해 지난해 9월 오픈한 서비스다. 민간기업인 네이버 기술과 국회도서관의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일본법 체계를 학습해 '상회'라는 표현을 우리나라에 맞게 '정기국회'로 번역하는 등 번역 결과 정확도가 뛰어나다.

일본어가 한글과 어순이 같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 언어도 충분히 번역 서비스 가능하다고 본다. 또 비영어권 정보 수집과 정리에 시간이 걸리던 문제를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에는 말로 하는 질문에도 AI가 주제를 찾아주고 관련 자료를 가져오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다양한 기관 및 지역 공공도서관도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최초 뉴미디어 특화도서관인 경기도 남양주 시립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과는 지난해 5000번째 학술정보상호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디지털정보화와 문화예술과 교육 기능 등에서 협업이 기대된다.

현재 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학술정보협의회에서는 회원기관들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지식공동체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의 각오와 국회도서관 미래상에 대해 말씀해 달라.

▲최상의 의회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국가 대표기관인 의회가 국가 살림을 잘 끌고 갈 수 있도록 하고 국가 어젠다와 정책·법률적 서비스가 잘 나오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국회도서관의 최우선 임무다. 국가전략과 의제에 대한 통합정보 플랫폼 지원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아가 빅데이터와 AI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 시스템으로 국회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설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자료를 다수 보유한 만큼 제대로 된 디지털 전략을 통해 융합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의회 의제와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보의 옳고 그름을 잘 판별하는 역할과 함께 끊임없는 혁신으로 최상의 미래도서관이 되도록 준비해 나가겠다.

지금까지 국회도서관은 정보를 박스에 포장해 보관했다면, 미래의 국회도서관은 디지털 기술로 데이터 언박싱을 하고, 많은 이들이 접하도록 할 것이다. 70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통계, 그리고 빅데이터를 통한 사실과 증거 기반의 지식정보체계가 널리 공유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이 되도록 할 것이다.

의회 정보가 대중에게 많이 공유되고 이용될수록 의회는 더욱 열심히 일하고 민주주의는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명우 국회도서관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프로필]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충북 충주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했고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한국폴리텍대 울산캠퍼스 지역대학장,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제17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상근 특별보좌역을 맡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국회의장실 정책기획비서관을 지내면서 국회와 연을 맺었고 2015년에는 의장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지난 12월 취임한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새로운 70년의 중대 전환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미래도서관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