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전략

원격진료는 코로나19 시대 병원 내 감염 예방뿐만 아니라 재택치료 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임상 현장에서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돕는 의료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활발하고, 여러 의료기관에 흩어진 내 건강 정보를 한곳에 모아 진료와 건강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 '마이 헬스웨이'도 곧 실증에 들어간다. 여기에 올해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DTx)가 허가를 받고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범주에 포함되는 기술이다. '4P'(예방·예측·맞춤·참여)로 요약되는 미래 의료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있다. 다양한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분석하는 기술은 맞춤형 정밀의료를 가능케 하고,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은 치료 개념을 바꾸고 있다.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원격 모니터링 체계가 갖춰지면 만성질환 환자 관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초고령화 사회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제한적인 의료 자원을 대체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를 줄일 도구로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글로벌 선도국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술격차는 불과 2년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규제 그레이존이 존재해 사업 불확실성이 크다. 제품 개발 근간이 되는 보건의료 데이터 접근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의료 AI나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수가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레퍼런스가 없는 상태에선 글로벌 진출도 쉽지 않다.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명확지 않은 것도 의욕을 꺾는다. 어렵게 임상을 거쳐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더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 확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는 데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된다. 기술 전환이 빠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시장 진입 지연은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다. 기존 기술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의약계의 집중포화도 받아야 한다. 혁신 기업이 길을 개척해 놓고 나면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은 아이러니다. 가장 먼저 혁신 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박 쓰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규제 혁신과 지원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발의됐다. 독일과 프랑스가 도입한 '혁신수가' 모델 도입 요구도 나온다.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등장하면 일단 시범 수가 적용 후 1년 동안 시장에서 검증받으면서 안전성, 효능, 경제성을 따진 뒤 정식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혁신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셈이다. 혁신에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ET톡]'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전략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