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가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로 SK브로드밴드에게 이익을 제공하므로 '빌 앤 킵'(상호무정산)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양측간 교환 트래픽이 대등하지 않고, OCA는 통신사 비용을 유발하고, 건전한 콘텐츠제공사업자(CP)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통신사에 이익이 되지 않습니다.”
로슬린 레이튼 포브스 시니어 칼럼니스트(덴마크 올보르대 박사)는 한국기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하며, 통신망과 관계된 OCA 기능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레이튼 박사는 글로벌 망이용대가 논의를 주도하는 석학이다. 미국 정부 글로벌CP 보편기금 부과에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세계시장에 알려져 있다.
레이튼 박사는 “빌 앤 킵은 전통적 전화통신에서 유래한 무정산 합의로,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이 대체로 동일할 때 통신사 상호간 편의에 의해 가능했다”면서 “인터넷 시대 넷플릭스와 거대CP 초고용량 트래픽을 통신망에 일방 전송하는 관계에선 성립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레이튼 박사는 OCA가 통신사에 데이터트래픽 이익을 가져다주므로,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는 넷플릭스 논리도 반박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OCA 설치 방식은 자사 이윤을 극대화하는 반면에 통신사 이익은 저해한다”면서 “OCA 설치를 통해 통신사는 설비 유지보수 비용이 들고, 투자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사용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미국 4개 통신사를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넷플릭스가 OCA를 설치한 이후 통신망에 발생하는 전체 데이터 트래픽과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OCA는 장기 관점에서 경쟁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레이튼 박사는 “OCA는 오직 넷플릭스 콘텐츠만 전송하는데, 중소 규모 CP는 이와 같은 설비에 접근하지 못한다”면서 “OCA 설치는 콘텐츠 중립성을 해치는 경쟁저해 요소로, 통신사가 모든 CP로부터 OCA 유사설비를 받아들인다면 통신망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서버에 콘텐츠를 업로드한 순간 CP로서 의무를 모두 이행했으므로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는 논리도 비판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해 UHD 또는 일반화질 등 콘텐츠 스트리밍 품질을 제어하는 주체임이 명백하다”면서 “통신사는 망을 관리하며 최종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콘텐츠를 자사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전송할 의무는 통신사가 아닌 넷플릭스 자신에게 있으므로, 비용 지불이 정당하다는 요지의 발언이다.
레이튼 박사는 통신의 양면시장 특성을 신문산업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통신사는 구독자와 광고주 중간에서 서비스를 양측에게 서로 다른 이용료를 받고 판매하는 있는 신문사와 같다”면서 “광고주가 광고를 제공하지 않으면 신문사가 문을 닫게 되듯 통신망 생태계 한 축을 담당하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면 통신망 유지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튼 박사는 “한국 인터넷 사용자가 2300만명이라 할 때 500만명이 넷플릭스 가입자라고 한다면 나머지 인터넷 이용자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않는 넷플릭스를 위한 비용 부담을 떠안는 결과”라면서 “일반 스트리밍 이용자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레이튼 박사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소송은 세계 정책입안자와 망 사업자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넷플릭스가 자사 사업 이익만을 우선해 시장 경제 논리를 뒤엎으려는 데 대해 피로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의 도전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