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문윤성SF문학상][심사평]민규동 감독 "장편못지 않은 중단편 실험성과 다채로움"

민규동 감독
민규동 감독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응모작이 있었기에 심사하는 마음이 즐거우면서도 무거웠다. 다양해진 듯하면서도 어떤 쏠림이 읽히기도 했다. 다행히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이 여지없이 나타났고, 중단편의 실험성과 다채로움은 장편의 에너지에 뒤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은 꽁냥꽁냥한 잡식성 주인공이 (미국이 아니고) 서울에서 크리스마스를 태연하게 맞이한다. 스타트렉의 파편이 넘치고 시종 흥미롭고 유쾌하다.

'조선 사이보그전'을 보자면, 문학 기술의 발전 단계상 여태껏 타임슬립이 대체로 현대 안에서 머물러왔지만 드디어 조선시대라는 새로운 개척지를 향한 과감한 도전이 넘쳐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내 뒤편의 북소리'는 지구의 시점이 아니라 우주 시점을 탐해보듯,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 시점을 취해보는 신선함이 인상적이었다.

'궤적 잇기'는 소설만이 걸어가볼 수 있는 감각적인 산책길을 돌아다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줬고,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솔직히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이미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경외감을 다룬 '사어들의 세계'는 절멸된 세상에서 혹시 새생명이 태어난다면, 그건 꽃이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해주었다.

'신의 소스코드'는 다큐 형식의 대화로 풀어낸 전위적인 형식을 갖춘 기이한 연극 무대를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