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지역균형발전, DNA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문가기고] 지역균형발전, DNA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도 2003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출범,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및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은 아직도 국정 현안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어김없이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인수위는 역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 부총리급이 수장이 되는 실질적인 정책집행기구를 만들겠다고 한다. 많이 늦었지만 환영하고 기대할 만한 변화다.

지역균형발전의 선순환 구조는 이론상 매우 간단하다. 지역산업 경쟁력이 올라가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지역으로 우수 인재가 찾아온다. 지역대학에서는 필요 인재를 공급하고, 이들 젊은 세대가 정착할 만한 정주 여건을 만들면 된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우리는 실패했다. 지역의 젊은 세대는 양질의 일자리와 더 나은 교육환경과 정주환경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영끌'을 해서라도 수도권에 정착해야 사람 노릇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부·민간의 노력과 투자는 다 어찌된 것일까. 2008~2021년 경북지역에 지역혁신사업계정을 포함한 균특회계 보조금으로 지원된 정부 지원은 19조원이 넘는다. 정부의 투자나 의지가 부족했을까, 계획이나 어젠다 설정이 미흡했을까, 일할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이제 지역균형발전을 바라보는 중앙과 지역의 DNA를 바꿔야 할 시기다. 부총리급 지역균형발전위원회 격상은 그 첫 실마리라 여겨진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이고, 산업기술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 정책이며,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대학 교육정책임과 동시에 정주 여건을 위한 사회문화 건설정책이기 때문이다.

중앙의 거버넌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 거버넌스도 있어야 한다. 지역의 그 많은 대학, 연구소, 혁신기관, 지자체 간 이기주의를 넘어 지역 회생을 위한 절박함과 상생을 위한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 자율형 거버넌스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컨설팅하며, 평가하면 된다. 균형발전 계획과 결과는 오롯이 지역이 책임지면 된다.

지역균형발전 선순환의 시작은 지역산업 경쟁력 확보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광역지자체는 물론 각 시도 미래주력산업을 설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으론 이래야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 쉬워지는 실리와 명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래 산업을 지역에서만 책임질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산업을 설정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산업을 설정한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지도 위에 새겨진 시도별 미래전략 산업을 한눈에 놓고 보면,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오해일까. 각 지역에서 정말 잘할 수 있는, 그리고 미래 산업으로 전환 가능한 산업을 찾기 위해 우리는 그간 무슨 노력을 해왔을까.

지역산업의 대진단이 필요하다. 단순한 실태조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현재를 진단해야 한다. 이런 대진단을 바탕으로 발전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데 지역대학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공급하는데 각 지역 최고의 브레인풀인 지역대학, 특히 국공립대학의 역할과 책임은 무거워야 한다. 국공립대학이 왜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한다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느껴진다. 물론 대학의 DNA도 바뀌어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가장 잘 안다. 참신하고 획기적인 국책사업을 기획하고 지원한다 해서 사정과 처지가 다른 지역에 그 틀과 내용을 적용하길 고집한다면 이전의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대신 지역의 위기감을 나누고 혁신 역량을 총결집해서 상생을 위한 '(가칭)지역혁신협상'을 제안하고 싶다. 기관 이기주의를 버리고 예산 경쟁, 주도권 경쟁에서 탈피하자. 중앙의 균형발전 예산을 어찌하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집행할지에 대한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그것이 출발점이다.

중앙의 DNA가 바뀌고 있다. 지역의 DNA도 바뀌어야 한다. 이래야 지역균형발전2.0 시대로 대전환할 수 있고,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것을 가지려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해야 한다.

이현권 국립금오공대 기획협력처장, hklee@kumo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