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시장 '클라우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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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높시스, SaaS 형태 EDA 솔루션 제공
구독 방식 운용…투자 비용 절감 효과
라이선스 관리 편의성 향상도 기대

반도체 회로 설계 소프트웨어(SW)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기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뿐 아니라 설계자동화(EDA) 툴 업계도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반 반도체 설계 환경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설계 시장 '클라우드' 뜬다

세계 최대 EDA업체 시높시스는 최근 SaaS 형태로 EDA 솔루션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경쟁사인 케이던스와 지멘스EDA가 주요 반도체 설계 SW 기능을 클라우드에서 지원했지만 전체 솔루션을 SaaS 형태로 제공하는 건 시높시스가 처음이다. SaaS는 솔루션을 단일 패키지가 아닌 사용 기간과 용량에 따라 구독하는 SW 공급 방식을 의미한다.

시높시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통해 반도체 설계 SW를 제공한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은 시높시스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상황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면 된다. 일종의 종량제다. 기존 단일 패키지 구매 방식이 아닌 구독(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반도체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 설계를 위해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시높시스가 제공하는 첨단 반도체 설계 환경에 접근하면 된다. 반도체 설계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시높시스 입장에서는 EDA 솔루션 라이선스 관리를 철저히 할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EDA 툴 라이선스 비용은 공급업체와 팹리스 간 가격 협상 문제를 야기하는 대표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시높시스가 본격적인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EDA 툴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클라우드 기반 반도체 설계 지원 서비스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한정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 편의성을 위해 2020년부터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을 제공했다. 국내 팹리스가 자체 서버 등 대규모 정보기술(IT) 인프라 없이 반도체 설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TSMC도 '클라우드 얼라이언스'를 통해 반도체 설계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향후 주요 EDA 툴 업체의 클라우드 전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 투입되는 반도체 설계 인력이 급증하면서 EDA 툴 라이선스 관리가 어려워졌다. 이를 클라우드 구독 모델로 전환하면 라이선스 관리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 팹리스 관계자는 “첨단 공정에 걸맞은 반도체 설계 컴퓨팅 환경 구축 비용 절감에는 클라우드가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라이선스 비용이 고정되면서 가격 협상 여지가 줄어들 우려는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