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11>혁신이 클라이맥스 되려면

하드볼(hardball). 이것의 의미는 볼(ball)과 다소 무관하다. 어떤 사안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하거나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라이벌을 희생시키면서 승리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윙을 할 참이면 온데간데없는, 어림없어 보이지만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꺾여 들어오는 커브볼 같은 것도 있다.

경영 활동 가운데엔 목적과 목표가 분명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걸 선호할지는 최고경영자의 몫이겠지만 시각 차이는 나름대로 크다.

누군가는 분명한 목표가 없다면 뭘 향해 가는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냐고 묻는다. 이들에게 목표는 분명히 드러난 실제여야 한다. 하지만 다른 이는 이것이 바로크 음악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지속된 낮은 성부처럼 통주저음(通奏低音) 같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목표 대신 지향점이란 표현을 즐겨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허브 켈러허가 창시한 로 프릴(low-frills) 서비스 모형은 목표 하나에 초점 맞춘 하드볼 같은 것이다. 어찌 보면 모든 저가항공의 공통점은 하나다. 어떻게든 많은 시간 동안 비행기를 공중에 올려두는 것이다.

이 목적이 분명해지면 나머지는 모두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온다. 일단 게이트에 들어서면 어떻게든 빨리 비행기를 돌려 띄워야 한다. 이 시간을 반으로 줄여도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훨씬 늘어난다.

허브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대신 버스처럼 정해진 루트를 따라 도는 것도 장점이 된다. 연착한 비행기 한 대 탓에 줄줄이 여러 대가 지연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당연히 연착 비용은 몇 분의 일로 줄고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렇게 줄인 비용으로 요금을 낮추면 더 좋은 일이 생긴다. 비행기는 자리가 꽉 찬 상태로 운항하고, 승객들은 더 일찍 예약하니 수요 예측도 한층 쉬워진다. 대부분의 비행기와 승무원을 하루 일과가 끝날 때 출발했던 공항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런 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쉰 승무원들은 좀 더 긴 항공 시간을 버텨 내는 데 유리했다.

누군가는 이런 전략이 얼마든 다른 비즈니스에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하늘에 띄우라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자산 활용률을 최대한 높이라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이라면 바다에 떠 있어야 하고, 백화점은 붐벼야 하며, 증권회사라면 고객들이 더 많이 거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엔 누구든 기억하는 아리아가 있다. 많은 이들은 영화 '파리넬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는 '울게 하소서'이다. 구성이야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성악과 첫 바이올린은 같은 스코어로, 두 번째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각자의 스코어로, 그리고 하프시코드가 통주저음을 채운다.

물론 유명한 클라이맥스가 없다면 이 곡은 그저 평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복된 긴 도입부 없이, 성악의 빈 곳을 채우는 하프시코드의 음율 없이 그 절규하는 “라 리베르타(자유를 주오)”는 이만큼 전율되지 않았을 것이다. 혁신의 긴 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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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