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동 대표의 메타버스 제대로 타기]<1>이미 일상이 된 메타버스 시대

[김창동 대표의 메타버스 제대로 타기]&lt;1&gt;이미 일상이 된 메타버스 시대

몇주 전 가상현실(VR) 업계에서 독보적으로 사업을 일구고 있는 모 대표의 SNS에 “내가 2017년에 기획을 시작하고 2020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것이 '메타버스'라 지금 이야기들 하고 있다. 난 솔직히 내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난 이걸 보고 낄낄댄 적이 있다. 필자를 비롯해 이 바닥에서 사업하고 있는 많은 분이 아마 이걸 읽는다면 비슷한 안면근육 움직임을 겪을 거라 생각한다.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도 이 정도인데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분이 도대체 이 메타버스라고 하는 핫한 녀석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언제까지 핫함을 유지할 것인지 매우 궁금해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독자들과 함께 흔하면서도 알쏭달쏭한 이 메타버스라고 하는 노선도 요금도 분명하지 않은 버스에 제대로 탑승하기 위한 준비를 함께해 보고자 한다.

흔히 메타버스라 하면 많은 사람이 제페토, 로블록스 등을 대표로 떠올린다. 물론 이들 서비스가 모두 메타버스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손가락에 꼽히는 이 몇 가지의 서비스를 두고 “이것이 바로 메타버스야”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게임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의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저스틴 칸(Justin Kan)은 자신이 만든 트위치 또한 메타버스의 작은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본인이 설립한 게임 기반의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프랙털' 또한 메타버스라고 설파했다.

그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대체 무엇이기에 스트리밍 사이트부터 NFT 플랫폼까지 메타버스라고 일컫는 것일까. 이에 그의 주장을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볼수록 의문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메타버스를 어떠한 것이라고 고리타분한 정의 내리기를 거부했으며, 어떤 서비스를 두고 메타버스의 간판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메타버스는 그저 마케팅을 하기 위해 만들어 낸 억지 단어, 억지 트렌드 정도로 치부한다.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와중에 얻어 걸린 허울 좋은 단어라는 것. 일반 회사원도 투자자가 되는 요즘 시대에 일단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면 투자자들이 군침 흘리기 딱 좋지 않냐는 거다.

특히 현재 메타버스 콘텐츠라며 출시되는 것들이 이전부터 우리가 즐겨 오던 게임, SNS, 메신저 등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잇는다. 가상 역할을 정하고 디지털 세계에서 전투, 채팅 등 다양한 교류를 즐기는 MMORPG나 현실과 다른 가상의 인격을 만들어서 소통하는 SNS 등도 지금 우후죽순 출시되는 메타버스 서비스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지적도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역으로 이를 인정한다면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더 쉬워진다. 우리는 이미 지금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서비스들을 예전부터 향유해 왔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2003년에 발표된 세컨드 라이프가 대표적이다. 이용자들이 오프라인이 아닌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아이템, 서비스 등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이용하는 것. 이것이 넓은 의미의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첫 출발이다.

우리는 이미 예전부터 디지털 게임, SNS 등을 이용해 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 삶에서 가치와 비중을 점점 더 넓혀 오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콘텐츠만으로도 돈을 벌어서 밥을 먹고 사는 시대다. 같은 맥락에서 저스틴 칸 또한 트위치, 프랙털도 메타버스의 일부분이라 주장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의 특이점을 말할 땐 거부감이 없지만 디지털 세계의 가치가 오프라인 가치를 뛰어넘는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할 땐 고개를 젓는다. 모두 메타버스를 좁은 의미로 바라보고 특정 서비스나 게임만 떠올렸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단순히 기술로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디지털 세계에 가치를 두고 이 가치가 오프라인 가치를 뛰어넘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메타버스다. 나는 메타버스는 기술의 이름이 아니라 시대의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김창동 루씨드드림 대표 cdkim@LDfactory.com

<필자 소개>

김창동 대표는 미국 텍사스주립대(UTSA)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에어아이,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포인트아이 등에서 신규사업 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2016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전문 스타트업 루씨드드림을 설립하고 세계 최초의 VR 노래방 상용화, 실사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인 VR Museum 등을 선보이며 메타버스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