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플랫폼 운송사업 활성화 필요성

[기고]플랫폼 운송사업 활성화 필요성

최근 늦은 밤에 택시 잡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택시를 호출하면 대기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결국 배차가 실패되는 경우가 잦다. 앱을 이용하지 않을 때 승차 거부 또한 늘어났다. 이처럼 심야 시간에 택시가 부족해 시민 불편이 계속되자, 정부는 이달 초 '심야 택시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택시를 타고자 하는 승객 수요는 시간에 따라 크게 변화하며, 지역에 따라 그 패턴이 상이하다. 밤에는 택시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낮에는 수요가 적어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가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밤에 강남역 인근은 택시를 타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은평에서 손님을 내려준 택시는 다른 승객을 찾기 위해 한참을 이동해야 한다.

택시에 대한 수요와 공급 불일치는 최근 더욱 심화됐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수요는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택시업계 구인난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강제로 휴무를 시행했던 택시부제를 해제하고 파트타임 근무를 허용해 택시공급을 늘리고자 했다. 또 밤에 더 많은 택시가 운행될 수 있도록 심야 시간 호출요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택시 운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근본적으로 크게 변화하는 수요에 대응하려면 보다 유동적인 공급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코로나 전과 비교해 약 5000대 택시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공간적 수요와 공급 불일치를 분석한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에도 서울 도심에서는 심야 시간에 택시가 부족했다. 이와 같은 시공간적 수요와 공급 불일치로 인해 해외에서는 '우버(Uber)'와 같은 승차호출(ride-hailing) 서비스가 등장했다. 승차호출 서비스는 수요가 많은 시간에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공급이 유동적으로 늘어나 이동수요를 충족시키며 급격히 성장했다.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여객운수법을 개정해 다양한 운송수단을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개정된 환경에서는 새로운 운송수단 도입보다 택시와 플랫폼의 결합이 가속화됐다.

택시를 활용하도록 새롭게 정형화된 플랫폼 가맹사업(Type 2)이 도입됨에 따라 업계는 가맹택시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플랫폼 중개사업(Type 3)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시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배차 알고리즘 향상만을 통해 수요가 높은 특정 시간대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모빌리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던 플랫폼 운송사업(Type 1)은 부진한 상황이다. 플랫폼 운송사업은 요금이나 사업구역 등에서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장려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 일부 사업자만 소규모로 운영할 뿐이다. 택시 이외의 차량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사업자가 직접 차량을 확보해야 한다. 또 택시 감차를 위한 기여금을 납부해야 하는 등 사전허가를 위한 진입규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플랫폼 운송사업 확대가 필요하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운송수단 도입을 촉진해 플랫폼 경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운송사업은 이러한 경쟁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보다 전향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업계가 이동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ys.moo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