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월드컵부터 블프까지'…연말 가전 특수, 소비회복 이끌까

가전 업계가 연말 성수기에 맞춰 실적 개선에 총력전을 펼친다. 올해 연말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월드컵)와 유통 이벤트(블랙프라이데이)가 겹치면서 가전 수요 역시 일정 부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내년을 대비한 분위기 전환과 재고 관리 등이 절실한 가전 업계가 연말 성수기를 기점으로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고객이 삼성전자 98인치 Neo QLED TV로 축구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고객이 삼성전자 98인치 Neo QLED TV로 축구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자료: 전자신문 DB)

◇월드컵·블프 마케팅 시작…실적 방어 총력

올해 남은 두 달은 가전 업계 1년 실적을 좌우할 기간으로 꼽힌다. 3분기까지 부진이 이어졌던 상황에서 대형 스포츠·유통 이벤트가 연달아 이어지는 두 달은 실적 회복 절호 기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부터 '삼성 TV 연말결산 빅 세일'을 실시, 월드컵 특수를 노린 TV 판매에 나섰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행사에서 네오QLED 8K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가 법인 역시 일제히 월드컵,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실시 중이다. 미국법인에서는 네오QLED 8K 제품을 최대 2000달러 할인에 들어갔으며,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품목을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도 국내에서 이달 말까지 '빅토리 코리아 대축제'를 실시한다. 올레드, QNED, 나노셀 TV 등 주요 TV가 대상 품목으로 적립금을 두 배로 확대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미국 법인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해 올레드TV 일부 모델을 최대 30% 할인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영국법인은 영국축구협회와 공동으로 TV, 냉장고 등 주요 품목의 월드컵 마케팅을 시작했다.

가전 유통사도 이달 들어 일제히 월드컵 마케팅에 합류했다. 롯데하이마트는 'TV 올스타 기획전'을 통해 삼성전자, LG전자 75형 이상 프리미엄 제품을 대상으로 사운드바 등 사은품 증정 행사를 시작했다. 전자랜드 역시 75형 이상 대형 TV 구매시 100만원까지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다.

[스페셜리포트]'월드컵부터 블프까지'…연말 가전 특수, 소비회복 이끌까

◇연말 특수, TV 실적 반등 총력

가전 업계가 월드컵과 블프 마케팅으로 반등에 총력을 기울이는 제품은 단연 TV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TV 시장은 '코로나 특수'가 시들면서 급격히 수요가 위축됐다. 올해 들어 수요 하락이 지속되면서 재고까지 쌓여 수익성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5139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 감소했다. 연간 출하량도 최근 10년 내 최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까지 올해 처음으로 역성장이 전망된다.

전통적으로 월드컵과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TV 수요를 견인한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이벤트를 좀 더 생생하고 크게 시청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가전 유통사 역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TV에 집중시켰다. 대화면, 고화질은 물론 월드컵을 결합한 게이밍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

LG전자 빅토리 코리아 대축제 (자료: LG전자 홈페이지)
LG전자 빅토리 코리아 대축제 (자료: LG전자 홈페이지)

◇수요 반등 기대, 효과는 미지수

모처럼 맞는 월드컵·유통 결합 이벤트에 주요 매장 상담 사례가 늘어나는 등 뜸했던 고객 관심도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다. 올해 부진을 털고 내년 사업을 위해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상황에서 긍정적 기류라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고객 관심이 직접적인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올해 초 본격화된 금리·물가 인상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가전 업계가 총력을 기울이는 TV 역시 연말 특수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조짐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된 한국판 블프 '코리아세일페스타'에서도 감지됐다. 국내 가전·유통 업계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 직구 경쟁력이 낮아졌다고 판단,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작년 대비 할인율을 10% 이상 높이는 등 승부수를 걸었다. 2주가량 시점이 흐른 상황에서 기대만큼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소비심리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지난달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소비가 더 위축됐다. 가전 업계는 11월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이어 월드컵, 블프 등 대형 이벤트에 맞춘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준비했지만, 참사에 따른 사회적 애도기간이 시작되면서 상당수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말 성수기 실적을 좌우할 열쇠로 평가되던 월드컵 역시 거리응원 취소 등 조용한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분위기 전환도 쉽지 않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가적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필수재를 제외하고 대부분 품목의 수요가 위축된다”면서 “이번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수요 회복과 재고관리를 위해 지난해 대비 할인 폭을 늘려 준비했지만 기대만큼 실적이 안 나오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월드컵과 블프까지 이어질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가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데다 재고 증가에 따른 생산량 감소까지 지속됨에 따라 가전 시장 침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CES 2023'과 TV 등 주요 품목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지만 큰 폭의 수요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가전 성수기였던 월드컵, 블프 등은 코로나19 펜데믹과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영향력이 다소 약해졌다”면서 “주요 국가의 금리정책과 인플레이션, 부동산 등 다양한 요소에 따른 신규 수요 회복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