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추가 보상청구권, 규제영향분석 선행돼야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저작권법 개정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저작권법 개정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법상 감독·작가의 추가 보상청구권 제도 도입 이전에 충분한 규제영향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 중인 관련 연구용역에서 해외 사례와 국내 실태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신속한 조사를 주문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추가 보상청구권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세 시간여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창작자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법률 전문가 등 이견만 재확인했다.

추가 보상청구권은 감독·작가 등 영상물 저작자가 제작사 등에 지식재산(IP)을 양도한 경우에도 콘텐츠를 최종 공급하는 방송사·극장·OTT 등을 대상으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창작자 측은 베른 협약에 명시된 '정당한 보상'을 따르는 국가처럼 국내에서도 보상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상청구권 범위와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은 유럽연합(EU)에서 채택 중인 '비례적 보상'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OTT 등 최종 제공사업자는 한 번 만들어진 작품을 지속 상영해 수익을 계속 창출하지만 콘텐츠를 창작한 저작자는 후속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국 문화산업을 중시하는 나라는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 위상을 고려해 보상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의 보상청구권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EU에서 채택한 수익에 따른 비례적 보상을 검토할 수 있다”며 “비례적 보상이 이뤄지면 플랫폼 사업자가 예상하지 못한 또는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OTT와 방송사·극장은 해당 제도가 사적 계약에 대한 자유 침해로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상물 제작비용 상승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보상청구권 규모 등 불확실성에 따라 영상물 제작과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팀장은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률 개정 논의 전에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법률 개정의 타당성과 향후 파급효과 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해외 국가의 단편적 제도 또는 법 문항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투자가 위축돼 오히려 저작자 권익 보호를 악화시키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징어게임'이 흥행에 실패한 경우 추가 보상금 논의가 지속됐을지 등 영화산업의 특수성과 현재 영상물 제작 특례규정 취지를 고려해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영상콘텐츠가 공동저작물임에도 일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작가·감독만 보상 대상으로 국한하고 있어 저작인접권자 등 공동저작자와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법률 개정 시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글로벌 OTT가 추가 보상청구권을 회피할 수 있는 다른 나라 준거법을 택할 가능성 때문이다. 또 해외 창작자에 대한 보상금 발생으로 국내 사업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고 현재 법제도 안에서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을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익표 국회 문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문체위 여·야 의원 다수는 제도 도입에 대한 양측 의견이 팽팽한 만큼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조사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해당 저작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제도 도입에 대해 창작자 권익 보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고 OTT 등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실제 산업계 주장처럼 문제가 발생할지 검증할 수 있게 문체부가 제도에 따른 영향 조사를 신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