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양자회로로 양자컴퓨터 신뢰도·효율성 확보 성공

프로그래밍 가능한 광자 집적 회로 개념도. 사진=박남규·유선규 서울대 교수
프로그래밍 가능한 광자 집적 회로 개념도. 사진=박남규·유선규 서울대 교수

국내 연구진이 중요한 소자만 골라내는 가지치기 방식으로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 딥러닝 등에 활용되는 광자 회로 신뢰도를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박남규·유선규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범용 양자컴퓨터 및 광자 머신러닝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양자회로 가지치기 기법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미래 컴퓨팅 분야에서는 막대한 양의 처리능력을 제공할 혁신기술로, 초고속·저손실 연산 등을 가능케 하는 빛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빛을 활용한 범용 컴퓨팅 구현에는 광자 집적회로 활용이 필수적이지만 회로 규모가 커지면 소자 열잡음이 연산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려 양자 큐비트 수와 딥러닝 뉴런 수를 상용 가능한 수준으로 늘리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다학제적 접근 방식을 통해 광자회로 분야 난제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매우 적은 뉴런 수로도 놀라운 기능을 하는 예쁜꼬마선충, 허브 구성 요소들이 시스템 구동을 주도하는 항공망 등에서 착안해 기존보다 효율적인 광자 하드웨어 구현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양자컴퓨팅 및 AI에 활용되는 광자회로의 하드웨어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 과학의 '파레토 법칙'이 광자회로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허브 소자들이 따로 존재하며, 덜 중요한 소자들을 제거해 고신뢰도 및 저전력 회로를 구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자연계에 숨은 불평등성을 공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딥러닝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지치기 개념을 광자 하드웨어 설계에 최초로 도입, 양자회로 가지치기 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높은 신뢰도의 양자컴퓨팅 및 딥러닝 가속기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박남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꼭 필요한 소자만 남기는 양자회로 미니멀리즘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가지치기 효율이 대규모 양자컴퓨팅 및 딥러닝 가속기에서 더욱 향상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일 실렸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