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바이오마커 활용 늘려야

김진우 하이 대표
김진우 하이 대표

몇 주 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기업 산하 콜센터에서 직원 마음 건강을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총 200명 남짓 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측정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마음검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마음검진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진행하는 임상 설문이다.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 탑재 센서를 활용해 눈 주위 미새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심장 박동 규칙성을 측정한다. '심박변이도'(HRV)를 통해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검진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콜센터 임직원이 느낀다고 생각하는 우울·불안·스트레스가 매우 양호했기 때문이다. 유사 직종 사람과 비교해도 월등히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임상 결과와 심박변이도 결과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심박변이도 측정 결과 전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 콜센터 직원 스트레스 정도가 아주 심각했다.

왜 임상 설문과 심박변이도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까. 오랫동안 고강도 업무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본인들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마음 건강이 아주 많이 악화됐을 수 있다. 사실대로 설문에 응했다가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답을 했을 수도 있다.

프로젝트에서 활용한 심박변이도 같은 데이터를 디지털 바이오마커(Digital Biomarker)라고 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환자의 행동·생리·생물적 데이터를 의미한다. 기존에 혈액·타액 등을 통해 수집한 '피지컬 바이오마커'에 비해 환자에게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수집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도 정량화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다양한 임상 연구와 서비스 개발에 활용된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크게 세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환자 현재 상태 측정이다. 환자 상태를 진단해 정상과 위험을 조기에 선별하거나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화 맞춤 정밀 치료를 위한 기초 자료다. 예를 들어 경도인지 장애를 위해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여러 가지 인지 영역 중 기능이 떨어진 분야에 훈련을 집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예후 예측을 위한 기초 자료다.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조건은 접근성이다.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디지털 바이오마커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비록 전문기기 정확도보다는 다소 떨어질지라도 오랜 기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웨어러블이나 가상현실도 앞으로 보급이 확대돼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가지게 된다면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사용성이다.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특성 상 오랜 기간 반복 수집하기 때문에 검사 진행 기간 동안 환자에게 최대한 편리하고 간편하게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일반인이 아니라 환자들인 경우는 사용성이 더 높아져야만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조건은 확장성이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추가적으로 수집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있다. 더 나아가 기존 피지컬 바이오마커와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통합된다면 치매나 뇌졸중 같은 질환에 대해서 좀 더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범국가적으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정의하고 이를 수집해 연구자들과 사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플랫폼 개발과 운영이 시급하다.

김진우 하이 대표 / 연세대 교수 jinwoo@haii.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