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성장형 AI 기술, 생성형 AI 기술을 한 단계 도약

박종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박종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간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달리(DALL-E), 미드저니(Midjourney), 챗GPT 등 스스로 학습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는 산업생태계는 물론 인간생활 영역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인류와 공존하기 시작한 생성형 AI의 역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불과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생성형 AI 미래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조차 “가능하겠어? 소설 쓰는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 하던 분위기가 지금은 확 바뀌었다. 기술적 검증을 넘어 스토리와 완성도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놀라운 성과를 구축하고 있는 생성형 AI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 정보'다. 사람은 정보의 70% 정도를 영상에서 받아들인다. 영상으로 만들어진 정보에 대해선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수용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상을 통한 가짜 뉴스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합성된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돼 논란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영상에 스테가노그래피를 넣어 생성된 영상임을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면 된다. 스테가노그래피는 영상에 특정 데이터를 은닉하는 방식으로 위조방지, 저작권 표시 등에 활용되는 암호학적 기법인 데 이를 활용하면 정보 필터링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생성된 영상이 일반화되면서 다소 의존성이 떨어지면 이런 염려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AI 기술은 우리 삶에 깊이 개입하게 되었고, 이제는 인류와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보다 발전적 방향에서 사용 방법을 모색할 때 우리가 기술을 선도하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일본이 기계와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하면서 AI 시대에 뒤처지고, 유럽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움츠리는 동안 미국과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자 일본과 유럽이 정책을 바꾸고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생성형 AI의 범용성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는 교육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되곤 한다. 일례로 동화의 삽화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조금씩 진전이 있다. 그림은 미드저니를 통해 동화를 삽화로 생성하려는 시도이다. 사전에 등장인물에 대해서 충분히 학습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일관된 스타일의 영상을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Midjourney를 통해 특정 장면을 생성하는 예시
Midjourney를 통해 특정 장면을 생성하는 예시

그림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생성형 AI는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조건에 맞는 영상을 생성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사람처럼 지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패턴의 조합으로 영상을 생성하고 다시 테스트하면서 입력(상황 묘사)에 맞는 영상을 생성한다. 지금의 생성형 AI는 사람을 모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설명 가능성이나 단계를 거치는 학습을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반응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점차 자신의 논리를 확장하는 지식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진 그런 단계에 도달하진 못했다.

요즘 성장형 AI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투자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역량을 인지하는 기술', '자기지도 기반의 시각지능 기술' 등 기존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기초연구실로 선정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공지능응용학과 연구팀의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멀티학습 기반 메타인지 기술 개발'이 이런 연구에 해당된다.

성장형 AI 기술은 기존 AI 기술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정적이고 성장하지 못하는 부분을 공략하는 연구로 자가학습, 자율성장, 경험적예측(성장)을 키워드로 하여 성장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시각지능 분야에서 성장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목표
시각지능 분야에서 성장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목표

성장형 AI 기술은 기존의 생성형 AI 기술을 한 단계 도약하게 하는 기술로 만들어줄 것이다. 생성된 이미지를 묶어 스토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다양한 장면의 변화에도 같은 주인공과 같은 성격의 인물을 등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경험을 축적하고, 스스로 틀리고 바름을 판단하는 기술로 발전할 것이며, 이런 연구는 AI 및 정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보이는 서비스적인 기술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는 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박종열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AI·반도체연구소장, 슈퍼컴데이터센터장이자 인공지능혁신융합대학 사업단장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1996년 데이콤중앙연구소에 국내 최초의 전자지불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고, 2004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시각지능연구실에서 연구실장 및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 2020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공지능응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9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선정, 우수성과 및 과학기술 공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202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표성과 대상 수상 등 업적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