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미래차 시장 석권을 꿈꾸는 중국 자동차업계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중국·일본·독일의 자동차 수출 추이

중국 자동차 산업은 21세기에 일취월장했다. 중국 소비자는 정부의 개방개혁 정책으로 소득이 높아지자 자동차 구매를 확대했다. 중국 정부는 선진 자동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차별적 외국인 직접투자 정책을 운용해 내연기관차 기술을 빠르게 습득했다.

중국 정부는 또 기존 선진 자동차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에너지차(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요는 3000만대를 넘었고 신에너지차 수요도 949만대에 달했다. 세계 자동차 수요의 33%와 전기차 수요의 65%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충전 모델과 하부구조 확충에도 노력해왔다. 중국 자동차 업체와 충전 업체는 일찍이 무선 충전과 배터리 교환 모델을 도입해 성공 신화를 창출했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충전기는 전년 대비 65%가 증가한 860만기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소유자가 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유무선 충전기와 배터리 교환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충전기 95%인 6328개가 고속화 도로에 설치됐다. 우리 정부와 산학도 2010년대 초 이들 모델 도입을 검토했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 무관심에 따라 상용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무선 충전과 배터리 교환형 충전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1990년대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장을 개방해 선진 자본을 적극 유치하자 다국적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은 불가피하나 중국은 선진 다국적 기업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이 미국에 이어 벤처 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한 바 있다.

예상대로 중국에서 퇴출하는 자동차 업체도 증가하고 있으며 다수의 벤처기업이 미래차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래차 산업에서 빠른 도약을 통해 신에너지차 매출만 지난해 2조위안, 279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일본 독일 자동차 수출 추이〉
〈중국 일본 독일 자동차 수출 추이〉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일각에서는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가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자동차 기업은 동요하지 않고 신에너지차 개발과 생산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능연결차로 불리는 자율 주행차 개발과 상용화도 순차적으로 추진해 또 다른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당분간 중국 자동차 시장을 양적으로 대체할 시장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인도와 아세안 자동차 시장이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선 중국 시장을 대체하기 어렵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요는 3009만대를 기록했다. 인도와 아세안 시장을 합한 규모의 3.6배, 미국의 2배를 기록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선 다양한 업체가 경쟁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이미 세계 자동차 생산 공장뿐 아니라 혁신 기지로 부상한지 오래다. 이제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럽의 전문 기관은 중국 중형 전기차 원가가 유럽산 전기차에 비해 20%~25%, 금액 기준 1만유로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원가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는 최근 가격 파괴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물론 중국 자동차 업체의 수익성은 선진 업체에 비해 낮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가능성도 오랫동안 제기됐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는 꿋꿋이 버티고 있다.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자동차제조업체협회(CAAM)는 중국 신에너지차 산업이 2~3년 내에 5~6개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급과잉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는 이에 대비해 수출을 증대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소규모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57.9% 증가한 491만대를 기록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수출국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의 지난해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77.2% 증가한 120만3000대에 달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는 해외 직접 투자도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GAIC이 태국, 비야디(BYD)는 헝가리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인도·중남미와 아프리카에도 진출하고 있다.

〈국가별 2500대 연구개발 투자 자동차 기업 현황〉
〈국가별 2500대 연구개발 투자 자동차 기업 현황〉

중국은 700만명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을 통해 미래차 생태계 다양성과 이종 업종 기업간 포괄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는 종합 산업이며 미래차의 전후방 연관 산업은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많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에 따르면 세계 2500대 연구개발 투자 등재 기업의 2022년 연구개발 총투자에서 중국 기업은 17.8%를 차지해 미국(42.1%) 다음 2위를 차지했다. EU의 17.5%를 추월했다.

172개 자동차 업체가 2500대 기업에 등재됐으며 이중 중국 업체는 48개로 221억7400만 유로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은 5.27%를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 기업은 9개로 45억8200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은 1.92%에 그쳤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만 우리 자동차 산업 전체 투자 약 10조원을 3.1배 상회했다.

중국 정부는 전체 부품사의 14%가 미래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EU와 통상 마찰 속에 공급망 완결성과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자원 무기화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신에너지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성장률은 83.9%로, 전기차(24.4%)를 큰 폭으로 앞섰다.

자동차 업체도 구매 보조금이 중단됐지만 가격을 인하해 통상 신에너지차 판매가 부진한 1월에도 두자릿수 이상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CAAM는 올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를 1150만대로 전망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가 세계 시장에 본격 쏟아져 나오자, EU 전문가는 중국산 전기차가 2025년 EU 전기차 시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는 기술제휴와 멕시코 우회 진출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신흥국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토요타가 내연기관차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동차 수출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 자동차 업체가 신흥국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의 파상 공세로 인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지각 변동도 머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중국 자동차 업체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테슬라가 차세대 전기차를 2025년 하반기에 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닛산은 다수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폭스바겐은 중국의 창업 전기차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가팔라지고 있지만 중국 자동차 전문가들은 냉정심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가중되고, 유럽이 지난해에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빌미로 보복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제외한 미래차 양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 강화, 국내외 기업간 제휴 확대, 다양한 미래차 핵심 광물 보유와 세계 최대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중국 자동차 기업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과거 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우리가 몸살에 걸린다고 했는데 이제 우리 기업과 정부는 중국의 건강 상태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시장 다변화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 과거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통상압력이 가중되자 섣불리 유럽과 중국 시장으로 다변화를 모색했다.

유럽시장 다변화 전략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으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은 좋은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사드 사태 이후 성과가 부진하자 일각에서는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국으로 시장 다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장이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 또, 중국 자동차 산업이 우리를 추격하기보다는 미래차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 전략을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 판매 물량을 늘리고 있어 다행스럽긴 하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무한 경쟁 시대를 넘어 전기동력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해관계자간 무의미한 논쟁보다는 중지를 모아 미래차 산업으로 순조로운 전환을 뒷받침해야 할 때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lyg8779@hanmail.net

〈필자〉이항구 원장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산업 연구를 담당했다.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면서 호서대 조교수를 겸하다가 지난해 제9대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에 임명됐다. 친환경차 보급뿐 아니라 기업간 협업법 제정과 상생 결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자동차 융복합 미래포럼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특구 자문위원, 환경부 WTO 무역과 지속 가능 환경협의체(TESSD) 대응 TF위원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