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4일 개막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그 출발점이다. 정상회의는 아프리카 48개국 대표가 참석한 역대급 규모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말부터 양자 및 다자 회담을 수십회 이상 이어가며 공을 들였다.
이번 정상회의의 주제는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다. 우리 정부는 광물과 에너지 등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해 동반성장을 꾀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 핵심 소재와 에너지원을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또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상 주요 교역국과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는 인구 14억명과 국내총생산(GDP) 3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핵심 광물 자원도 풍부해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력 산업 공급망 확대를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튼튼한 공급망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적 측면에서도 아프리카의 도움은 중요하다. 국가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국제 무대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은 물론 중국 등이 아프리카와의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현지 투자에 적극 나서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또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한 경제 협력으로 외교적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외교는 낙관과 희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지 않았나.
아프리카 대륙을 진정한 파트너이자 거대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철저한 분석을 통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로 등 사회 인프라보다 상대적으로 발전한 아프리카의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향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통신기술(ICT)과 한류 콘텐츠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ODA 사업에 ICT와 콘텐츠를 앞세워 아프리카인들의 마음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프리카에 엄청난 투자를 쏟아부었지만,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 중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