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위기의 롯데, 신유열의 시간

민경하 플랫폼유통부 기자
민경하 플랫폼유통부 기자

롯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이 연초부터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CES를 찾았으며, 다음날인 9일 서울에서 열린 VCM(사장단회의)에 참석했다. 지난 13일에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말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바쁜 행보에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룹이 그에게 2년 연속 지주 미래성장실장 자리를 맡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롯데는 수년 간 신성장동력을 찾아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그사이 신사업은 번번히 좌절됐고 기존 사업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심지어 신동빈 회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 속에서도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설까지 번졌다.

올해는 롯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지 10년이 되는 해다. 삼성으로부터 2조8000억원 규모 화학 계열사를 인수한 지도 10년이 됐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2023년 롯데그룹 매출은 약 72조원으로 지난 2014년 대비 7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년 간 지배구조는 굳건해 졌지만 성장 엔진은 꺼져가고 있다.

이제는 신유열 부사장의 시간이다.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로 이름을 올린 이후 초고속 승진하며 존재감을 충분히 키웠다. 지난해 만 38세가 지나며 병역 문제도 해결했다. 재계 6위 그룹의 차기 리더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점이 됐다.

아버지 신동빈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 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DNA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40살이 되던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맡으며 경영 행보에 나섰다. 올해로 같은 나이가 된 신유열 부사장이 '따라가는 롯데'가 아닌 '선도하는 롯데'가 되는 비전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