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韓 벤처·중소기업 경쟁력 적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국내 중소·벤처 업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 중대한 부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급변하는 국제 무역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으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벤처기업 역시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강·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과 대중국 60% 관세 부과, 기술 이전 규제 강화 등을 통해 무역 긴장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2차 관세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191억 달러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0.4~0.6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구체적인 정책 윤곽은 나오지 않았으나, 각국에 10~20% 보편 관세와 60% 대중 관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해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대미 수출 물량의 42%가 관세 인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관련 중소 부품업체에도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벤처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벤처기업 영향'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52.3%는 이번 행정부 정책이 경영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10.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호무역주의와 환율 변동성 등 구조적 위험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금융 및 외환시장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벤처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규제 혁신과 수출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원 연구실장은 “미국과 중국 외에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무역 의존도를 분산해야 한다”며 “외부 요인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체계와 거시경제 안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