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출석한 尹, 탄핵 사유 전면 부인..부정선거에 대해선 “음모론 제기 아닌, 팩트 체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국회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탄핵심판 3차변론기일에 출석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질문에 이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문 대행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문 대행이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면서 “부정 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회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국회 의결이)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 (국회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저는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1호에 대해 “국회의 불법적인 행동이 있으면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국회의 해산을 명하거나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선 “망국적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시민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회 측 대리인단은 비상계엄 당일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영상도 재생됐다. 계엄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선거연수원 등에 투입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계엄 해제 요구가 의결된 뒤에도 군 병력이 의장 공관에 배치됐다는 점에서 추가적 계엄을 시도하거나 비상계엄 해제를 막으려 한 것은 아닐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영상에서)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고 했다. 계엄군이 투입됐지만 실제 피해를 주지 않은 경고 차원의 비상계엄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국회의장 공관 인근에 서 있던 계엄군 모습에 대해서도 “마치 체포할 것처럼 (국회 측 변호인단이 얘기)하던데, 아마 퇴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영상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 출석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가 아닌 국군서울병원으로 호송됐다. 구체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