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AI, 사업 본질을 재정의하는 거울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맥도날드의 탄생과 성장을 다룬 영화 '파운더'는 일상적인 배경과 잔잔한 음악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맥도날드 CEO가 되는 해리 소너본이 “당신은 지금 햄버거 사업을 하는게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외관상 동일한 사업이라도 내부에서 그 사업의 본질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가 유망주와 유니콘을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인공지능(AI)의 적극적인 활용은 사업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특정업무의 자동화나 효율성 개선을 기대하며 도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업의 핵심 가치는 무엇에 있는지'를 다시 묻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도 AI 도입을 통해 고객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매출이나 전환율을 끌어올린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변호사 매칭 서비스 '알법'은 사용자의 질문에 자동으로 응대하는 AI 법률진단서비스를 도입한 뒤 변호사 상담 신청 건수가 35%가 증가했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법률과 같은 전문적인 지식을 파는 직업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통념과 반대로, 법률 소비자들이 단지 전문 지식만을 얻기 위해 변호사를 찾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용자 피드백에 따르면, 매칭된 변호사의 업무 수행 의지나 판단력 등이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필자와 같은 변호사들이 고객들에게 실제로 무엇을 팔고 있는 것인지 깊이 고민해볼 대목이다.

비단 법률 분야뿐만이 아니다. 패션, 유통, 여행, 교육 등 다양한 업계에서도 AI를 통해 숨은 고객 수요를 발견하고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패션 유통 기업 칼레레스(Caleres)는 상품 검색에 AI 기술을 도입한 이후 전환율이 23% 상승하고 고객 당 매출이 5.5%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 또 개인화 추천 솔루션 기업 데이블은 AI 모델을 고도화해 광고 클릭 대비 구매전환율을 전반기에 20% 이상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자동화 및 숫자 이상의 변화가 AI도입 과정에서 감지된다. AI의 활용이 단순히 기존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사업의 본질 자체를 점검하고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우리는 과연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기업이 제공하는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재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AI는 기업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조명하게 만들고, 필요에 따라 사업의 초점을 과감히 조정하게 하는 촉매제가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AI가 반복적이거나 규칙 기반의 업무를 맡아주면, 인간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AI 법률진단기능이 일반적인 법률 문의를 정리해주자, 이용자들은 실제 변호사와는 사실관계 정리보다 실질적인 대응책이나 실익적 측면에서 더 의미 있는 소통을 하게 됐다. 교육과 같은 분야에서는 AI가 지식 전달과 문제 풀이 등을 도와주면, 실제 교육자는 동기부여 등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처럼 AI가 할 일과 사람이 할 일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사람의 고유한 역할은 더욱 선명해지고 가치가 커지고 있다.

AI는 거울처럼 우리 사업을 비춰보게 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적극적인 AI의 도입을 통해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사업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자신만의 '햄버거 vs 부동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을 때, AI는 그 사업을 유망주에서 유니콘으로 도약시키는 숨은 공신이 될지 모른다.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 sonsh@lawir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