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체제에 대한 변화 움직임이 고조되는 가운데, 6월 출범할 새정부의 조직 변화도 그 중 중요한 한 어젠다로 꼽힌다. 짧은 대선기간이다 보니, 온갖 아이디어와 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정부 조직 만큼은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필수 발판인 만큼, 전략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앞서 국회 소관 상임위 차원에서 인공지능(AI) 담당 부총리 신설 방안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최대 유력 후보 싱크탱크 차원에서 '산업부총리'제가 나왔다.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산업부총리가 정부조직 개편안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시대의 요구처럼 된 '잘사는 나라, 잘사는 국민'을 가능케하는 힘이 '산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변화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싱크탱크인 '포용과 혁신'은 차기 정부에서 산업·통상·에너지환경·중기·과기·정통·국토교통·생명의료·혁신·연구개발(R&D) 정책을 총지휘하는 산업부총리 직제를 내놓고 후보·캠프와의 협의에 나섰다. 아직은 하나의 아이디어고, 논의의 출발 단계라 하지만 전에 없던 파격적인 '산업중시' 조직안이어서 파급력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 쪽에서 나온 '산업부총리'제는 그간 나온 후보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후보 확정 뒤 국립현충원 참배 때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소를 찾은 것이나, 이후 곧바로 '국내생산 반도체에 대한 10% 생산세액공제를 바탕으로한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비전'을 내놓은 행보 자체가 맞물려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눈에 띄는 것은 산업부총리에 실물 경제에서부터 미래 연구개발(R&D)까지 예산조정권을 부여키로한 구상이다. 87년 체제이후 지금까지 정부 예산은 사실상, 통제와 관리 중심이었다. 기획재정부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실물 경제든 미래 투자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왔다. 재정 담당 부총리 밑에 '산업'은 찬밥이 되기 일쑤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기술과 혁신 역량을 갖고 산업부총리를 운영할 때가 됐다. 나아가 산업 필요에 맞는 재량권을 갖고 예산과 인력을 필요한 곳에 쓸 때가 왔다. 반도체, 자동차, 정보기술(ICT), AI 등 혁신산업이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주역들이라면 그 주력산업이 맘 놓고 글로벌시장에서 뛸 수 있는 판을 깔아야 한다. 새정부가 진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되려면 말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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