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미국의 국제 평판이 크게 하락해, 중국을 밑돌게 됐다.
1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덴마크 비영리단체 민주주의동맹(AoD)이 여론조사업체 니라데이터에 의뢰해 지난달 전 세계 100개 국가의 민주주의 평판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지수는 각 국가의 민주주의, 지정학, 글로벌 파워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지수로 -100%부터 +100%까지의 백분율 형태로 발표된다. -로 표기되면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지난 4월 9일부터 23일까지 100개 국 11만 127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미국은 앞선 지난해 조사에서 +2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5%로 하락 27%p 하락했다. 미국은 상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G7 국가 가운데 유일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은 지난해 +5%에서 +14%로 9%p 상승했다. 지난 조사에서는 미국에 뒤처졌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크게 앞서는 모양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3년째 전쟁 중인 러시아(-9%), 이라크(-10%), 헝가리(-10%) 등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은 중국(+14%), 영국(+16%)과 비슷한 +15%를 기록하며 미국을 앞섰다.
이번 결과에 대해 AoD 창립자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지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라스무센은 “트럼프는 무역 전쟁을 촉발시켰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꾸짖었다. 동맹은 취약하게 만드는 한편 적대 세력에서 힘을 실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평생 미국이라는 국가와 미국이 대표하는 가치를 선망해온 나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미국에 대한 평판이 하락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보고서에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평판 지수를 기록한 국가는 스위스(+48%)였다. 싱가포르(+46%), 카타르(+40%), 캐나다(+40%), 요르단(+3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낮은 국가는 이란(-25%)이었으며, 이스라엘(-23%), 벨라루스(-21%) 등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